[금주의 영화] 돌멩이...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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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6   |  발행일 2020-10-16 제39면   |  수정 2020-10-16

돌멩이

시골 마을에서 작은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석구(김대명)는 여덟 살의 지능을 가진 30대 청년이다. 성당 노신부(김의성)의 따뜻한 보호와 정 많은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모든 사람과 허물없이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가출소녀 은지(전채은)가 마을에 나타난다. 아빠를 찾기 위해 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은지는 쉼터의 소장 김선생(송윤아)을 비롯해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석구는 그런 은지가 자신과 비슷한 아픔과 상처를 지닌 듯해 가깝게 지내고 싶다. 두 사람은 마을축제에서 벌어진 소매치기 사건을 계기로 친구가 된다. 그러나 석구의 정미소에 혼자 있던 은지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이를 수습하려던 석구의 행동이 오해를 낳으면서 그는 순식간에 범죄자로 몰리게 된다.

두 눈으로 목격했다고 모두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돌멩이'는 결코 풀어내기 쉽지 않은 한 사건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 갈등을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담하게 풀어간다. 그건 이들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일견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인데, 지적장애인 석구를 향한 이들의 일방적인 속단과 어긋난 믿음이 그래서 한편으론 안타깝고 혼란스럽다.

'돌멩이'의 연출을 맡은 김정식 감독은 "석구와 은지의 우정을 통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회의 한 단면에 존재하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을 매개로 인간이 지닌 믿음이라는 불완전성에 주목한 영화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속 시원한 해답과 결론을 도출하기보단 관객들을 향해 당신의 생각은 어떤지를 먼저 묻는다. 사실 영화 속 어느 누구도 석구의 진심을 헤아리거나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를 미성년자 성폭행범으로 신고한 김선생은 물론이고, 탄원서 쓰기를 거부한 친구들과 마을 사람대부분 그를 파렴치범으로 매도하고 속단한다. 유일하게 노신부만이 석구를 감싸지만 그 역시 완전한 믿음은 갖지 못한 채다.

모든 갈등의 원인이 된 석구만이 자신을 향한 상황들을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순수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시종 따뜻함이 느껴지는 영화지만 상투적인 인물 설정과 서사가 다소 작위적으로 흐른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이를 상쇄한다. 특히 순수한 영혼을 지닌 석구 역을 입체감 있게 표현한 김대명의 폭넓은 연기와 전채은의 나이답지 않은 안정된 호흡이 눈길을 끈다. 송윤아와 김의성도 영화의 한 축을 단단히 지탱하며 완성도에 힘을 보탠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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