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에 최적화된 표적치료…바이오 시장 블루칩 '항체 의약품' 전성시대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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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3   |  발행일 2020-10-23 제21면   |  수정 2020-11-20
■DGIST 교수들의 '4차 산업혁명과 인류 이야기'

질환·증상 중심의 활성물질 개발에 초점 맞춘 기존 신약 방식과 달리
유전체·단백체 등 분석 후 약물·치료법 선택하는 '개인 맞춤형 의료'
몸속 생체물질 이용 타깃만 조절해 부작용 낮춰…암·염증 탁월한 효능
영남일보는 4주에 한 번씩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들의 '4차 산업혁명과 인류 이야기'라는 주제로 독자들을 미래사회로 안내한다. 첨단분야를 연구하는 DGIST 연구진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국내외 연구 동향을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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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연구진이 항체 치료제의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
항체 공학자이며 바이오 의약품 전문가인 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의 예경무 교수는 2017년부터 고향인 대구에서 새로운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DGIST에 부임하기 전엔 세계적인 생명공학 연구기관인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에서 조교수로 활동했으며 항암제·망막치료제 등을 개발했다. 특히 항체공학 분야에서 작용제 항체(Agonist antibody)를 개발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수의 연구 논문과 특허를 통해 바이오 의약품 분야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이전을 진행해 기술 실용화에 앞장섰다. 1994년 대구 계성고, 2000년 고려대 졸업, 2008년 포스텍(POSTECH)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슬하에 예쁜 딸아이(예정아·6세)를 하나 두고 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시점이면 어김없이 국내 과학자와 문학인들의 이름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각국 수상자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국적의 과학 관련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으로서는 매년 남의 나라 잔치 같은 노벨수상자 발표에 대해 많이 아쉬울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수상소식은 더더욱 노벨상 수상에 대한 열망감을 안겨다 준다. 역대 노벨상 중에서, 과학자인 필자에게 크나큰 놀라움을 안겨다 준 것은 2018년도 노벨 화학상과 생리의학상이다. 그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최근 항암 치료의 신기원이라 볼 수 있는 면역항암제 개발의 단초가 된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 분자의 발견, 화학상은 '유도 진화(Directed Evolution)'와 '파아지 디스플레이(Phage Display)'를 통한 항체 의약품 개발 기술에 수여됐다.

◆2018년도 노벨 생리의학상과 화학상

사실 2018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은 당해의 노벨 화학상 연구 주제와 관계가 깊은 항체 의약품의 공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예를 안겨준 면역관문 분자가 암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표적이며, 이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항암제가 바로 항체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미국의 제39대 대통령인 지미 카터(Jimmy Carter)는 면역관문 분자를 억제하는 '키트루다(Keytruda)'라는 항체 항암제의 도움으로 피부암을 완치했다.

이렇듯 항체의 구조가 제럴드 에델만(Gerald Edelman·1929~2014)에 의해 밝혀진 이래 항체는 순수 면역학 분야뿐만 아니라 현재 항체 의약품으로 대변되는 바이오 의약품 분야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개인 맞춤 의료 선봉장, 항체 의약품

최근 신문 지상을 통해 개인 맞춤의료가 부각되고 있다. 마치 기존 치료법이 기성복이라면 맞춤의료는 솜씨 좋은 양잠점의 양복 같은 느낌이다.

개인 맞춤의료의 정의를 말하자면 개인의 유전형을 파악해 약물 혹은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개개인의 생체 조건에 최적화된 의료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다.

기존의 신약 개발 방식이 환자 개개인의 특성 중심이 아닌 질환 및 증상 중심의 약물 활성물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면, 맞춤형 의료는 유사 질환 및 증상이라 하더라도 그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의 효능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둔다.

환자 개인별 유전체·단백체, 그리고 분자 수준에서의 분석을 통해 의약품 활성물질의 상호 작용의 차원에서부터 고려해 치료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개인별 특성이 분석되면 상황에 알맞은 치료법이나 치료제 개발이 필수적인데, 항체 의약품은 타깃에 대한 선택적 작용 특이성과 개발 용이성 등으로 이와 같은 개인 맞춤 의료에 최적화된 치료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항체 의약품 전성시대

이렇게 항체 의약품이 대세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한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항체 의약품이 지닌 표적(Target) 특이적 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일반적인 의약품들, 가령 화학 의약품(Chemical drug)은 작은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본래 의도하는 표적 외에도 비특이적인 표적에 작용하여 원치 않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항체의 경우 본연의 항원과 결합 특이적 특성으로 의도하는 표적만 조절하여 부작용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항체 의약품의 경우 이미 우리 몸에 존재하는 생체 물질이라 화학 의약품이 나타내는 다양한 독성 문제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러한 항체 의약품의 제형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현재 우리 인류의 건강 복지를 위협하는 암이나 염증 질환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며 제약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바이오 의약품 연구를 위한 제언

필자는 미국 항체 공학의 산실인 '스크립스 연구소(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에서 항체 의약품 개발 연구를 수년간 경험했다. 연구실에서 개발되는 작은 기술 하나하나가 거대 제약사의 실제 의약품 개발에 적용되고, 도전의식으로 똘똘 뭉친 수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기술 창업의 길을 나서는 것을 지켜보면서 항체 공학 분야에 대한 자긍심도 높았다.

2017년 국내로 돌아와 DGIST에 둥지를 틀고 항체 연구를 진행하면서 늘 느끼는 아쉬운 점은 한국의 항체 연구진, 관련 연구 인프라가 타 연구 분야보다 많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재 항체가 제약업계를 이끌고 있는 분야임에도 바이오 의약품 관련 다양한 세부 전공자, 전문가 수는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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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경무 교수 (뉴바이올로지 전공)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나 바이오베터(바이오 의약품 개량 신약) 의약품 위주의 연구도 좋지만, 이제는 파지디스플레이(phage display)를 이용한 항체 공학 기술처럼 세계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호령할 수 있는 토종 개인 맞춤형 의약개발 기술의 탄생을 염원해야 하지 않을까? 바야흐로 항체 전성시대다.

예경무 교수 (뉴바이올로지 전공)


? 파지 디스플레이(Phage display)
펩타이드나 항체 같은 단백질의 일부 또는 전체 단백질을 박테리오파지의 표면에 제시하는(display) 생명공학적 방법이다. 파지 디스플레이는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단백질 상호 작용의 규명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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