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급한 행정통합 추진으로 지역간 분열 초래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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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0   |  발행일 2020-10-20 제23면   |  수정 2020-10-20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라는 거대 담론이 지역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행정통합의 장단점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실시된 영남일보 창간 75주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지역민들은 행정통합이라는 대의(大義)엔 동의하는 반면 통합의 장단점 등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이해 정도는 깊어 보이지 않는다. 지역민들과 기초 및 광역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찬성과 반대 및 유보 여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전체적 비율은 찬성보다는 반대와 유보가 더 많다. 이는 아직 행정통합에 대한 개념정립이 덜 되어 있음을 반영한다.

눈에 띄는 현상은 대구지역의 반대 및 유보와 경북 북부지역의 반대 여론은 높은 반면 대구 인근 지역과 나머지 경북지역의 찬성률은 높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선 통합이 대구지역에 손해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경북북부에선 반대여론이 노골화되고 있다. 경북북부 지자체들의 반대는 행정통합이 도청 이전과 지역 내 균형발전의 취지를 뒤집는 처사라는 것이다. 행정통합 문제가 이해관계에 따라 지역 간 분열 조짐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분열은 지역 간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조급함에 불만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두 단체장이 행정통합 문제를 성급하게 꺼낸 측면이 있다.

사전 논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행정통합 시점까지 못 박고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는 신중하지 못하다. 행정통합의 취지는 가난한 두 집안 살림을 합쳐서 돈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쓰며 정책적으로 머리를 맞대면 모두의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원리다.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살림을 합칠 경우 어떤 조직을 어떻게 줄이고 예산을 어떤 방식으로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두 지역민의 세 부담은 어떻게 될지 등의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무조건 행정통합만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목소리 높여선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토론과 설득으로 부작용을 줄여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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