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세계적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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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1 08:09  |  수정 2021-06-27 14:24  |  발행일 2020-10-21 제12면
"코로나에 얼마나 힘들었을까…대구·안동 공연때 눈물이 터져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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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 이어 연말에 다시 대구경북지역을 찾는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코로나19 위기를 하루빨리 이겨내 공연장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길 기원하다"며 "슬기롭게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엔플러그 제공〉

아직 국내에는 재즈를 낯설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재즈 보컬리스트인 '나윤선'이라는 이름은 아는 이들이 많다. 니윤선(51)은 국가정상들의 취임 축하공연 단골손님이고 유네스코가 정한 재즈데이 올스타 글로벌 콘서트에도 참여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다. 또 우리 민요 '아리랑'으로 세계인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나윤선이라는 이름 앞에 '세계적인 재즈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어찌 보면 국내에서보단 해외에서 더 이름이 알려진 나윤선은 매년 100회 이상의 국내외 공연을 펼치며 한국과 재즈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지난 7월 대구와 안동에서도 공연을 펼쳐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지역민에게 위로의 시간을 안겨줬다. 서면 인터뷰로 그의 재즈 인생과 근황을 들어봤다.

▶재즈를 하기 전 뮤지컬을 했다. 그것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뮤지컬로 데뷔했는데.

"음악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우연히 친구와 대학교 때 같이 녹음했던 데모 테이프를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김민기 연출자가 듣곤 연락을 줘 뮤지컬로 데뷔했다. 어떻게 보면 얼떨결에 음악을 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재즈를 배우기 위해 27세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재즈로 방향을 튼 이유는.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노래 실력의 부족함을 깨달았다. 내가 정말 원하던 길은 음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늦게 음악공부를 시작하려니 막막했는데 음악하는 친구가 재즈가 대중음악의 뿌리라며 권했다."

▶20년 넘게 재즈를 했다. 재즈의 매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즉흥성을 기반으로 연주자의 예술성을 펼쳐내는 음악이 아닐까. 세상에 존재하는 재즈 연주자들의 수만큼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모든 장르의 음악은 재즈적 어법으로 재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재즈는 특정할 수 없는 다양성과 즉흥성이 가장 큰 매력이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세계적인 가수가 됐다.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무엇이 나윤선의 음악인가'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재즈를 바탕으로 샹송·국악·팝 등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나만의 음악을 향해 가는 중이다. 아마도 그런 모습을 높게 평가해 준 것 같다."

▶한국에서는 아직 재즈가 폭넓게 사랑받는 대중음악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재즈는 많이 들려지는 대중음악이 아니다. 하지만 기초예술로서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도 재즈라는 장르를 좀 더 비중있게 바라봐야 한다. 한국의 재즈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젊은 재즈뮤지션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많은 성과도 내고 있다."


재즈는 '라이브 공연'…직접 관람·체험 기회 많아져야
해마다 개최되는 '대구국제재즈축제'가 그만큼 중요해
7월 코로나 극복 콘서트 이어 연말투어로 지역 또 찾아


▶재즈를 활성화할 방안이 있다면.

"재즈는 라이브공연을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관객이 직접 공연을 관람하고 경험할 기회가 늘어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에서 매년 열리는 '대구국제재즈축제'는 중요하다. 2010년에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와 함께 출연한 적이 있어 더 애착이 간다."

▶흔히 여성 재즈보컬은 허스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사람에게 장단점이 공존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처음 재즈를 공부하면서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가수 대부분이 허스키한 목소리, 풍부한 성량을 가진 흑인여성 재즈보컬이었다. 그들의 흉내를 내려 했지만 아무리 해도 되지 않아 스승에게 내 목소리로는 재즈를 부를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때 스승이 세계에서 연주되는 다양한 재즈 음반을 들려주면서 남들에게는 없는, 그러나 나윤선에게만 있는 것으로 재즈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 단점이 장점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 CIM 교수를 맡았다.

"CIM은 1976년 생긴 프랑스 최초의 재즈학교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뮤지션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재즈 교육을 넘어 사회적·문화적 장벽이 없는 음악적인 만남을 갖고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연주하는 교류의 장 역할도 하는 곳이다."

▶2019년 프랑스 정부가 세계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에게 주는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았다. 2009년 이미 슈발리에를 수상했다. 두 훈장을 모두 받은 한국 뮤지션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

"슈발리에를 수훈했을 때도 과분하다 생각했는데 10년 후 그 상위등급인 오피시에를 받게 된 것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이런 사례가 매우 드물어 더 감격했다. 아마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온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감사하다."

그는 이외에도 많은 수상경력이 있다. 국내에서는 세종문화상, 한국대중음악상(재즈크로스오버 부문) 4회를 수상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골든디스크를 받았다. 독일의 에코재즈 어워드에서 해외 아티스트부문 올해의 여성가수, 프랑스 재즈 어워드인 아카데미 오브 재즈에서 재즈보컬부문 최고 아티스트를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민속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여러 버전으로 부른 '아리랑'이 유명하다.

"오래전부터 민속음악에 관심이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 활동하는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가 2011년에 아리랑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때 아리랑을 처음 부른 이후 해외 거의 모든 공연에서 노래한다. 아리랑은 다양한 음악적 해석이 가능한 곡이라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도 매우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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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전 세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지역에서 코로나 극복 소망 콘서트를 열었다.

"코로나 때문에 관객이 적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거리두기 좌석을 제외한 객석이 가득 찼다. 대구와 안동의 거리를 보니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코로나의 상처가 깊다고 생각했다.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이 정말 고마웠다. 공연 도중에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켰는데 결국 두 공연 모두 울음이 터져버렸다."

▶지역공연 일정이 또 있는가.

"12월 연말투어에서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 10개 지역 공연을 한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특별해졌다. 고통스러운 시기이지만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코로나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모두 건강하길 기원한다.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공연장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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