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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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30   |  발행일 2020-10-30 제22면   |  수정 2020-10-30
벼랑 끝 중소기업·자영업자
발전은커녕 살아남기 바빠
시장에도 '회복탄력성' 존재
끝이 안보이는 코로나 불황
이 또한 지나가리란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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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요즘 코로나19 불경기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이어가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성공'이란 말은 배부른 자의 사치로 전락해버렸다. 이들의 관심사는 성공이나 발전은커녕 어떻게 해서든지 현재의 위기 속에서 오늘 하루를 버텨내고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절박한 현실에 있을 것이다. 바로 '생존'은 요즘 이들이 살아가는 목적이다. 핵폭탄이 터져도 살아남고 머리가 잘려도 10일 이상을 산다는 3억년짜리 '살아있는 화석' 바퀴벌레가 요즘 소상공인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어느 옷가게 사장님의 푸념이다.

1914년 8월 어니스트 섀클턴은 27명의 대원과 함께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세 번째 남극 탐험을 떠난다. 다음 해 12월 남극 바셀만 인근까지 접근하지만 부빙군에 갇혀 꼼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인듀어런스호가 남극으로 출범하기 1년 전인 1913년 빌흐잘므르 스테팬슨이 이끄는 캐나다 탐험대도 북극탐험 도중 빙벽에 가로막혀 고립되는, 섀클턴과 똑같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캐나다 탐험대는 북극에 고립된 지 수개월 만에 생존욕구에 눈이 먼 짐승이 되어갔고 거짓말과 도둑질 등 극한상황에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며 11명의 대원 모두 처참하게 죽었다.

하지만 섀클턴은 27명의 대원을 이끌고 2년이 넘는 시간을 남극에서 버티면서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영국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그들은 바다표범과 펭귄고기로 연명하며 634일간 영하 30℃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지옥 속에서 생존했다. 훗날 사가들이 대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뽑아낸 생존의 가장 큰 힘은 '살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 낙관적인 생각, 그리고 희망'이었다.

회복탄력성은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이다. 회복탄력성은 스스로의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거나 기분에 휩쓸리는 충동적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이 높을수록 지금의 상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낙관주의적, 긍정적인 정서가 강할수록 높아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Hoc Quoque transibit).' 이스라엘 왕 다윗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문구를 반지에 새기도록 명령하자 솔로몬 왕자가 제안한 말이다. 아무리 지옥 같은 상황도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도 있으니 이 또한 지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만큼 어려운 상황에 놓인 우리들에게 인내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뿐만 아니라 시장에도 회복탄력성이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까지 곤두박질치던 국제유가가 몇 달 만에 안정을 찾아 배럴당 40달러 위에서 꾸준히 머물고 있다. 마이너스 유가란 보관비용 때문에 오히려 돈을 주고 파는 희한한 상황이다. 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근원지였던 미국은 이듬해부터 회복세에 들어가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누렸다. 경제와 시장은 원래의 자리로 회복하는 내재적인 관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의 위기와 기회는 반복되기 때문에 너무 기뻐할 필요도, 지나치게 절망할 필요도 없다. 끝이 안 보이게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와 경제침체 속에 힘들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야 할 이유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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