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 車-섬유산업 큰 공 들여 '출생지 대구' 각별한 사랑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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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5 20:08  |  수정 2020-10-26 15:12  |  발행일 2020-10-26
새삼 주목받는 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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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성내3동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26일 오후 중구 인교동 삼성상회 옛터 앞에서 열린 '故이건희 회장 추모식'에서 류규하 중구청장이 헌화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대구에서 태어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대구와 관련된 그의 족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그의 아버지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중구에서 삼성상회를 운영할 때인 1942년 대구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이후 이 회장의 삶은 대구와 거리를 두는 듯 보였지만, 지역과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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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 두번째)과 홍라희 여사,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오른쪽)이 2011년 8월27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대구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오찬을 앞두고 IAAF(국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영남일보 DB

이 회장과 대구의 직접적 관계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은 1995년 대구 제일모직 공장과 삼성상용차공장 건설 현장 등을 둘러보기 위해 대구를 방문했다. 당시 삼성은 자동차산업에 큰 공을 들이고 있었고, 지역민들 또한 대구가 울산과 같은 완성차 생산 도시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 회장 역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자신의 차량으로 스피드를 즐길 정도로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하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는 삼성과 이 회장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가 애증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2000년 대구에 공장을 둔 삼성상용차가 퇴출,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는 큰 어려움에 빠졌다. 이후 이 회장의 화형 퍼포먼스가 대구에서 열렸을 정도로 삼성에 대한 감정도 악화 됐다.


이 회장에 대한 대구시민의 애증이 옅어진 계기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다. 이 회장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일인 2011년 8월27일부터 1박2일 간 대구에 머물며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및 지역 정재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당시 이 회장이 대구를 방문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지역 경제계가 들썩였다. 삼성상용차 퇴출 이후 소원해진 대구와 삼성의 관계를 회복, 지역경제 발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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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 딸 이서현씨, 사위 김재열씨가 2011년 8월28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1995년 이후 16년 만에 대구를 방문한 이건희 회장은 가족까지 동반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광폭 행보를 보였다. 부인 홍라희 여사와 딸인 이서현 당시 제일모직 부사장, 사위인 김재열 당시 제일모직 사장이 이 회장과 일정을 함께 했다. 이 회장은 대구 방문 첫날 세계육상선수권 조직위원회 주재 오찬에 참석한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개회식을 관람했다. 이날 오찬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음에도 지역 취재진들은 이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는데 더 주력할 만큼, 이 회장의 대구 방문에 대한 관심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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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1년 대구 방문 당시 이용했던 마이바흐 차량이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 주차돼 있다. 이 회장은 레이싱을 즐길 정도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러한 그의 취미는 삼성상용차 설립 등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마니아였던 이 회장의 대구 방문 차량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 회장의 차량 주변으로는 늘 구경꾼들의 시선이 가득했다. 당시 이 회장이 이용한 차량은 독일제 마이바흐 62S로 당시 기준으로는 국내에서 희귀한 고급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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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28일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방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김범일 전 대구시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날 행사를 마친 이 회장은 자동차를 타고 인근 옛 제일모직 부지를 둘러봤다.



이 회장은 대구 방문 이튿날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IOC 위원 초청 오찬을 가졌다. 떠나기 전 자동차를 타고 현 대구삼성창조경제단지인 북구 침산동 옛 제일모직 터를 둘러보는 등 대구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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