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감에서 뜬 여의도 밖 3인방…정권엔 눈엣 가시, 범야권엔 희망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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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6   |  발행일 2020-10-27 제5면   |  수정 2020-10-27
    윤석열, 최재형, 조은희 대선과 서울시장선거 주자로 발돋움
    조은희 서초구청장"서울시도 재산세 급등 고통 받는 시민 위한 대안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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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스타'가 탄생한다. 역대 국감 스타는 국감의 주체인 국회의원들 몫이었다. 그런데 21대 국회 들어 처음 열린 올해 국감에선 달랐다. 오히려 피감기관의 장(長)이나 서울의 구청장 등이 국감 스타 반열에 줄줄이 올랐다.

    "검찰총장은 법무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일갈한 윤석열 검찰총장, "감사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처음"이라고 질책한 최재형 감사원장, '재산세 감면'을 밀어붙인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대표적이다.

    윤 총장은 22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가 국감에서 날린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 첫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수차례 '내 명(命)을 거역했다' '지시를 잘라 먹었다'고 한 데 대해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윤 총장은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기 때문에 (총장이 부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사법의 독립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했다.

    둘째, 라임 사태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이라고 규정했다. 윤 총장은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얘기 하나를 가지고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셋째, 추 장관 취임 후 네 차례에 걸쳐 단행된 '윤석열 사단 쳐내기' 인사에 대해 과정을 설명하며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15시간에 걸친 대검 국감을 지켜본 범야권에선 "이미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는 윤 총장이 대권 길을 직접 닦는 현장을 보는 것 같다"는 관전평이 나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여왕벌이 나타났다"고 했다.

    자정을 넘겨 국감이 끝날 무렵 윤 총장은 정치입문 가능성을 묻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의 질문에 의미심장한 답을 남겼다. 퇴임 후 '사회와 국민을 위한 봉사'를 하겠다고 했다. '봉사'에 정치도 포함되느냐는 물음엔 '노'라고 하지 않았다.

    윤 총장의 '국감장 도발'에 여권에선 일제히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느냐" "이러니 검찰개혁, 공수처가 필요하다" "태도가 안하무인"이라고 집중 포화를 날렸다. 화들짝 놀란 이런 반응은 '윤석열 대망론'에 대한 경계심으로도 읽힌다.

    법사위 국감을 통해선 '제2의 윤석열'도 등장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감사원은 국감 기간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상징인 월성 원전1호기 조기 폐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외압이 있다고 말해 온 최 원장은 15일 국감장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답변하는 태도를 보여 후한 점수를 받았다.

    먼저 민주당 측에서 '감사원 조사원이 감사 과정에서 윽박을 질렀다'고 몰아붙이자 물러서지 않고 정면 대응했다. 최 원장은 "위원회에서 결의하면 모든 자료, 모든 문답서, 수집한 모든 자료, 포렌식을 이용해 되살린 모든 문서들, 그간 생성한 자체 문서들 모두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최 원장은 오히려 "감사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다.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사실대로 이야기 안 한다"고 질타했다.

    자신이 언급했던 '외부압력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 잃은 소금'이란 말의 의미에 대해선 "소금은 음식물 제 맛을 내는 것"이라며 "공직사회에서 주어진 사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공직사회가 그런 기능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최 원장은 정권과 가까운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코드 인사"라며 거부해 미운털이 박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국회 상임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퇴진하라고 노골적인 압박도 했다.

    윤 총장과 최 원장은 모두 문재인 정권이 극찬을 하며 발탁한 인물이지만 각각 살아 있는 정권에 대한 수사와 감사의 정도를 걸으며 미운털이 박힌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최 원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대쪽'으로 불렸던 이회창 감사원장처럼 대권 가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범야권에서 올해 국감을 통해 차기 대권 주자로 윤석열, 최재형 두 사람의 존재감을 확인했다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감으로 부각된 인물도 있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다. 직접 피감기관장으로 나선 건 아니지만 행정안전부의 서울시에 대한 국감에서 조 청장의 존재감이 거듭 확인됐다.

    서울시 국감(15일)에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을 둘러싼 논란보다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 정책이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코로나 시국에서 기초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선제적으로 '세금감면' 화두를 던짐에 따라 전국적 이목이 쏠린 결과다.

    조 청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울지역 아파트 공시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주택 실소유자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데 주목했다. 특히 서초구는 공공주택 공시가격이 22.57% 올라 실소유자들이 세 부담에 속을 앓고 있다. 조 청장은 '재해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산세 50%를 감면할 수 있다'는 지방세법 규정을 세금 감면에 적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재해 상황으로 보고 1가구1주택, 9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를 50% 감면해 주기로 하고 조례안을 공포한 상태다. 서울시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서초구가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권영세·김용판 의원 등은 "문재인 대통령도 세금 감면을 적극 검토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서초구 정책을 서울시 차원에서도 과감하게 받아 들여라"고 촉구했다. 권 의원은 "서울시가 지도 형식으로 다른 구도 재산세를 내리라고 선제적으로 권고하는 게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서정협 서울시장 직무대행은 "서울시와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논의했지만 24개 구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시의 전체 25개 구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은 조 청장이 유일하다. 나머지 24개 구는 모두 민주당 구청장들이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구청장들도 코로나 위기 속에서 세금 감면 필요성을 느끼지만 야당 소속 조 청장이 이슈를 선점했기 때문에 따라가지 않으려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월 "1주택자 재산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최근 1가구1주택에 한해 종부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조 청장은 "세금은 곧 민생인데, 세금 주도 성장을 하자는 게 아니라면 서울시도 재산세 급등으로 고통받는 1천만 서울시민을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기자 출신인 조 청장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정무부시장을 거친 재선 구청장이다. 국민의힘 안에서 전문성과 참신성을 내세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감으로 꾸준히 거론되던 중 이번 국감에서 차별화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야당 주변에선 "이번 국감의 최대 성과는 두 명의 차기 대선주자와 한 명의 서울시장 후보감을 확보한 일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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