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 직권남용이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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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8   |  발행일 2020-10-28 제27면   |  수정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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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 사건 및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관련 사건 등 총 5건의 사건에서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지휘권을 행사했다. 명백하게 위법·부당·비상식적인 지휘권 발동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성역 없이 파헤치고 있는 윤 총장을 어떻게든 찍어내려는 반법치, 반민주다.

먼저 법리적으로 '총장을 통한 지휘'가 아니라 '총장의 권한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검찰청법 제8조의 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났다. 장관의 지휘권은 과거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불구속 기소를 지시한 것처럼, 개별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라고 지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건은 아예 총장의 지휘권 자체를 박탈하여 식물총장, 허수아비 총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총장의 지휘권 박탈은 사실상 정직의 징계처분이다. 검찰청법 제37조가 검사의 신분을 사법기관인 법관에 준할 정도로 보장하고 있는 이상 당연히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이번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 무효의 처분인 것이다.

다음으로 백번을 양보하여 총장 권한 배제가 지휘권 범위 내라 하더라도 이번 건의 경우 그 근거가 약하고 비상식적이다. 장관의 지휘권은 원래 총장을 완충지대로 하여 정권의 부당한 수사 개입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만약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제한 없이 지휘한다면 검찰은 '행정권의 벌린 팔'로서 결국 '정치적 합목적성의 대리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입법론적으로 폐지의견이 다수이며 행사하더라도 근거가 중대하고 명백할 때 최소한에 그쳐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실제 프랑스는 2013년 지휘권을 폐지했고, 독일은 나치 이후 한 번도 발동한 사례가 없으며, 일본도 1954년 여당 국회의원들의 뇌물수수 사건인 조선의옥(造船疑獄) 사건 단 한 번이다. 그런데 이번 건은 어떻게든 프레임 전환을 통해 자신의 형량을 줄이려는 범죄자의 옥중서신, 그것도 상식과 법리에 전혀 맞지 않는 서신 외에 무슨 증거가 더 있는가. 추 장관이 국감 도중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을 지시한 것도 '선 수사지휘권 발동, 후 증거 수집'의 의도가 아닌가.

결론적으로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는 인사와 예산 등이고, 검찰행정 사무에 있어서는 총장이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관계이지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준사법기관으로서 독립된 행정관청이다. 때문에 장관은 검사나 검사장 등 누구에게도 지휘할 수 없고, 오로지 총장의 권한을 통해서만 예외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 추 장관의 주장처럼 총장이 하급관청이라면 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장관보다 먼저 도입됐고, 장관은 임기 보장이 없지만, 총장은 법률로 임기를 보장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지금 검찰개혁에 있어 가장 절실한 것은 민주적 통제를 빙자한 정치적 통제보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성 확보다. '정권의 충견'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검찰권을 정치권력에서 완전히 독립시키는 것이야말로 검찰개혁의 알파요, 오메가다. 추 장관은 총장을 부하로, 검사들을 권력의 '충견'을 넘어 '애완견'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총장의 수사지휘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직권남용의 위법한 지휘를 철회해야 한다. 더 이상 정치가 검찰을 덮어선 안 된다. 검찰도 거악 척결과 정의 실현이라는 본연의 사명에 투철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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