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광장] 컬처노믹스의 寶庫(보고) 대구경북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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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30   |  발행일 2020-10-30 제23면   |  수정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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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정치평론가

BTS와 영화 '기생충'의 세계적 활약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지 않은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화예술인들의 쾌거에 대리 만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면 나도 그런 쾌거의 흐름을 탈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BTS와 '기생충'의 흥행 대박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가 옳았음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대구경북 또한 그 길로 가야 한다. 대구와 경북이 행정통합을 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수준의 지역경제 활성화일 것이다.

그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가장 '대구경북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이다.

자치분권공화국의 흐름에 맞게 지역의 개성과 특색을 충분히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의 위기는 탈(脫)공업화 시대에 대한 부적응에서 비롯되었다.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공장 굴뚝 시대는 저문지 오래다. 자유, 개성, 자아실현, 삶의 질, 다양성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탈공업화, 탈물질주의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대구경북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 있고,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가 있다. 안동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다. 서원, 서당, 사당, 종가 등 유교 건축물이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자아낸다.

안동에는 선비문화도 있다. 끊임없는 자기 수양은 요즘과 같은 가치 혼돈의 시대에 정치경제의 리더들이 반드시 익혀야 할 덕목이다. 국시, 찜닭, 문어 숙회, 소고기, 간고등어 등 고급 음식 문화도 있다.

경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신라 유적, 불교 유산이 있고, 교동 한옥마을에 가면 최부잣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배울 수 있다. 황리단길은 필수 관광코스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하다.

이처럼 훌륭한 '문화 자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의 관광 활성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9년 대구경북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은 123만명으로 나라 전체 1천750만명의 약 7%에 불과하다. 지역민들의 소비만으로 내수를 활성화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관광객이 15명 다녀가면 거주민 1명에 해당하는 내수 진작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삼성전자 휴대폰을 100만원어치 수출하는 것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100만원 소비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에 훨씬 도움이 된다. 비행기를 타면 한국에 2시간 내에 올 수 있는 중국과 일본 등의 인구가 무려 3억명이다. 5∼6시간 걸리는 동남아까지 포함시키면 5억명을 훌쩍 넘는다.

이제 대구경북은 '컬처노믹스의 선봉'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컬처노믹스는 문화와 산업의 창조적 융합, 문화의 상품화, 문화를 통한 창의적 차별화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문화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그 자체의 부가가치가 경제와 접목되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에 대구경북만큼 컬처노믹스를 성공시키기에 좋은 환경은 없다. 컬처노믹스라는 화두로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비하여야 한다.
신지호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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