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희동(경북대 발효생물공학연구소장·식품공학부 교수)...기후변화와 농업유전자원의 보존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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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3   |  발행일 2020-11-04 제25면   |  수정 20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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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박희동교수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발표한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선정되었다. WFP는 1961년 잉여 농산물을 활용해 후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의 기아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창립되었다. 우리나라는 1968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외국의 식량을 원조받는 '식량원조 수혜국'의 위치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의 결과로 '식량원조 공여국'으로 변모한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매년 감소하여 2017년 이후부터는 50% 이하의 자급률을 나타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8%이고,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0%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OECD 국가 중 일본과 함께 최하위의 자급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54일이라는 역대 최장의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인해 농산물의 작황이 좋지 않았고, 특히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 이상 감소하며, 산지 쌀값은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감염병의 대유행과 더불어 이상 기후 변화는 곡물시장에도 반영되어, 자국의 곡물 비축을 목적으로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과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곡물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속화는 식량부족 문제를 심화시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농업환경 변화의 대응과 안정적 식량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더욱더 부각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의 주산지 변동은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이다. 전국 사과 재배 면적이 83%를 자랑하던 대구능금이 주산지 명성을 잃어버린 지도 벌써 수십 년이 지난 것이 하나의 사례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자원의 다양성 감소는 어떠한 기술로도 복원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구의 연평균 온도가 1℃ 상승하면 수만 종의 생물종들이 멸종한다고 알려져 있다. 식량안보의 핵심은 농업유전자원의 확보와 보존에 달려있고, 선진국과 세계적인 종자회사들은 막대한 투자와 연구를 유전자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농업유전자원 보유국이나, 많은 유전자원의 발굴과 보존에 비해 활용성이 낮은 것이 문제이다. 한 예로, 우리나라의 발효식품에 활용되는 대다수의 미생물들은 해외에서 개발된 종균화 제품을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인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서 수입산 종균 사용 시 유전자원 개발국가에 많은 로열티를 지불하여야 한다. 국내 양조산업에 활용되는 수입산 종균에 대한 로열티는 수백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간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우리나라 토착 발효미생물의 발굴과 종균화를 통한 산업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먼저 수입 의존 양조미생물의 국산화와 우수 토착 미생물의 발굴을 위해 다양한 환경에서 분리한 신규 미생물 수십 종을 농업유전자원센터에 기탁하였고, 종균 업체와 협업하여 유용 미생물의 활용도 향상을 위한 국산 종균 제품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이처럼 농업유전자원의 발굴과 보존은 날로 변화되는 농업환경과 기후변화에 대비한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며 경쟁력이다. 씨앗은행에 축적된 농업유전자원은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강화와 농식품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며,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박희동<경북대 발효생물공학연구소장·식품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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