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페뷸러스…SNS가 일상인 여성 3人의 일·사랑·우정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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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6   |  발행일 2020-11-06 제39면   |  수정 2020-11-06

페뷸러스

클라라(줄리엣 고셀린)는 80만 팔로어를 자랑하는 인플루언서다. SNS를 통해 자신만의 미용법과 소소한(?) 일상을 소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취준생 로리(노에미 오파렐) 역시 그녀의 방송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열렬 구독자다. 로리는 현재 3개월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매거진 '톱'에서 작가로 활동하길 바라지만 최소 팔로어 2만명을 확보해야 한다는 회사 방침에는 턱 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결국 작가로서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인턴 계약이 종료된 로리. 착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절친 룸메이트인 엘리(모우니아 자흐잠)와 함께 근처 클럽을 찾는다. 첼리스트인 엘리 역시 15년째 오케스트라 오디션에서 계속 낙방하고 있는 백수 신세다. 그런 두 사람이 우연히 클럽을 방문한 클라라와 마주친다. 클라라는 자신의 팬미팅 초대장을 건네며 이들과 급속도로 친해진다.

'페뷸러스'는 SNS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 우정 쌓기를 무겁지 않은 현실감으로 담아낸다. 각자의 개성이 분명한 세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공감할 시의적절한 주제와 가치관을 밝고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녹여냈다. 할리우드 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클라라, 작가가 되기 위해 2만 팔로어가 필요한 로리, SNS에 영혼이 오염되기 싫은 엘리는 각각 화려함 이면의 외로움을, 취준생들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그리고 여성의 지위를 보호하려 애쓰는 페미니즘에 대해 말한다.

"뉴욕타임스도 요즘은 아무나 사서 안본다." 극중 매거진 톱의 편집장은 광고주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대중에게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이야말로 "'재능있는 사람(탤런트)'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자사 홍보제품에 이들이 포스팅만 하게 만들면 된다고 덧붙인다. 4년 대학 졸업장이 인스타그램보다 못하다는 로리의 푸념과 "베이비붐 세대의 철밥통을 다 뺏어 던지고 싶다"며 엄한데 화풀이를 하는 엘리의 심경이 이해된다.

동시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한편으로 '좋아요'를 위해 외모를 파는 게 과연 나쁜 일일까를 상반된 입장에서 넌지시 묻는다. 그건 관객의 몫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각기 다른 라이프 스타일과 생각을 보여주는 이들을 함부로 재단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능력을 인정받고 관심과 사랑을 받을 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보편적인 감정을 편견 없이 보여줄 뿐이다. 때문에 세 주인공의 독특한 우정과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1세대 유튜버 출신인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이 '페뷸러스'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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