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순남(대구 서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계장)... K-Voting, 일상 속 선거로 자리매김하기를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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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4   |  발행일 2020-11-05 제21면   |  수정 2020-11-04
김순남


정치나 선거에 무관심한 아버지와 미연방의회 의장을 꿈꾸는 똑똑한 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스윙보트"에는 전자투표기를 이용한 투표 장면이 나온다. 2012년에 개봉한 이 영화를 볼 당시에는 영화의 내용보다는 투표용지를 인쇄하여 사용하는 우리의 선거 현실과 대조적인 이 전자투표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자선거추진단이 구성되고 전자 선거 사회로 가는 중간자로서 도입되었던 터치스크린 기기를 이용한 투표시스템이 사라지는 시기여서 우리 사회에서의 "전자 투표"는 아주 멀고 먼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90%에 이르는 지금, "기기"를 이용한 전자투표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투표 방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바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원하는 온라인투표(K-Voting)이다. 생활속 편리하고 신뢰성 있는 온라인 선거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온라인투표시스템 K-Voting을 개발한 이후, 이 K-Voting은 공동주택 입주자대표 선거 등 민간영역에서 활발히 사용되어 왔으며, 2018년에는 블록체인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개시하여 각급 학교 등 공공영역으로도 확대하여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투표시스템(K-Voting)은 인터넷을 이용한 PC와 스마트폰, 일반 휴대폰 등 이동통신단말기를 이용하여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 대표자 선출 등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투표기간 중 선거인은 언제, 어디서나 시스템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기술을 적용한 K-Voting은 중복투표가 불가능하며, 투표가 종료된 후에는 정확한 투표 결과 값이 반영되었는지 후보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검증도 가능하다. 선거인은 선거인별 고유 URL로 접속하여 본인확인 정보를 입력하므로 원천적으로 대리투표 등을 할 수 없으며, 개개인의 투표참여 기록과 투표결과는 서로 매칭할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어 투표의 비밀이 철저히 보장된다. 


온라인투표시스템은 높은 투표율, 편리한 투표참여, 선거관리비용의 절감, 개표결과에 대한 불신 해소 등 장점이 많아 각종 협회‧단체의 대표자선출, 공동주택 임원선출 등 민간선거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책결정과 갈등해소를 위한 의견수렴 분야까지 그 사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대륙의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한 나라로서 국가 단위의 전자 투개표시스템 I-Voting을 2005년 지방선거에서부터 도입하여 아무런 사고 없이 지금까지 8번의 온라인 선거를 치렀다. 물론, 오프라인 선거와 병행하여 치르는 선거지만 온라인투표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 온라인 투표 참여 비율이 점점 상승하는 추세라고 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의 시대가 빨리 도래한 만큼, 이제는 선거에 있어서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한 표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디지털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초중고 학생회 선거, 아파트 입주자대표 선거, 정책 찬반 투표 등 다양한 기관과 학교에서부터 이 K-Voting을 실시해 나간다면 우리의 K-Voting도 일상 속 선거로 자리매김하게 되어 언젠가는 에스토니아 I-Voting보다 더 멋진 길을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순남<대구 서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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