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 상담실] 초등학생을 위한 미술교육

  • 최미애
  • |
  • 입력 2020-11-09 08:24  |  수정 2020-11-09 08:31  |  발행일 2020-11-09 제14면
"저학년은 섬세한 표현이 쉬운 연필그림 알맞아"
미술로 자아 드러내고 세상과 소통
남다른 표현력·관찰력 길러지게 돼
입시미술 일찍 접하면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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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제공〉

아이들은 저학년 이전에는 창의성 기르기 등의 이유로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방식의 미술을 접하고 즐긴다. 하지만 자라면서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미술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멀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적합한 미술 교육은 어떤 것인지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봤다.

Q. 미술은 왜 해야 할까요.

A: 아이가 전뇌를 골고루 사용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면 미술을 함께 하길 권합니다. 아이들은 좌뇌적 언어 표현뿐만 아니라 우뇌적 미술로도 자아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언어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미술로 그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관심사를 드러내고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쓰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은 남들보다 예민하고 우수한 관찰력을 가지게 됩니다. 경험한 것을 빠르고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표현하며 해결할 수도 있게 됩니다. 우리의 뇌에는 다른 다양한 영역들이 있습니다. 이 영역들은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한 수 위인 영역이고, 인공지능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아이가 미술을 못 한다고 해요.

A: 저학년까지는 아이들이 대상을 재해석하며 매우 창의적이고 다양한 그림을 그립니다. 그렇지만 고학년부터는 늘어가는 지식과 시지각의 발달로 상상력에 현실을 반영해 구체적 표현을 하려 합니다. 이때 자신의 지식적 요소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 기능적 요소, 즉 뇌와 손의 협응력이 충분히 길러지지 않는다면 자기 생각과 표현의 괴리로 아이들은 좌절을 겪게 됩니다. 그러면 스스로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나중에는 미술을 멀리하게 됩니다. 초등 4학년, 즉 고학년 이후에는 내 생각을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그림 그리는 방식에 대한 교육도 필요합니다. 늘어가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꾸준히 미술을 좋아할 수 있도록 고학년에는 그림 그리는 방식, 색채, 원근, 명암 등을 가르쳐주면 좋겠습니다. 저학년이라면 연필로 그림을 그리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사용하면 지우기도 힘들고, 섬세한 표현이 어려워 아이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만족스럽게 표현하지 못했다고 여기게 될 수 있습니다. 자녀의 기호를 잘 살펴보고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Q. 아이가 미술 편식이 심해요.

A: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리는데 불필요하게 어른이 간섭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캐릭터만 그리거나, 한 가지 주제만 그리는 것을 염려합니다. 피카소가 어린 시절 주변에서 많이 본 비둘기를 당연하게 그렸듯이 현재 아이들은 캐릭터를 많이 접하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를 많이 그리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이 요즘 그림을 작게만 그린다고 걱정합니다. 이때도 아이의 그림을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단순히 크기가 작아졌는지, 복잡성이 증가했는지 살펴보세요. 아이가 자랄수록 지식도 함께 자랍니다. 그럼 당연히 그림 속 내용이 늘어납니다. 그림이 작아진다고 해서 그림 실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표현 능력이 향상되고 있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주면 좋겠습니다.

Q. 아이가 미술 쪽으로 재능을 보여서 미리 진로를 준비하고 싶어요.

A: 입시를 위한 미술은 어느 정도 패턴화된 시스템이 있고 제도권 교육 안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이를 아이가 너무 일찍 접하게 된다면 즐거워야 할 미술이 경직되고 변질될 수 있습니다. 입시로서의 미술은 보다 아이들이 이성적 판단이 생길 때 천천히 방향을 결정하고 아이의 자유로운 자아표현을 위한 미술교육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미대로 진로를 정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진로와 상황에서 직관적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소통하며, 해결할 수 있는 모습으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도움말=박경재 대구옥산초등 교사

〈참고문헌: 오현숙·백중열·이하나, 아동미술의 이론과 실제,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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