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어쩔 수 없는 자연순리인가,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인가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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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0   |  발행일 2020-11-20 제21면   |  수정 2020-12-18
■DGIST 교수들의 '4차 산업혁명과 인류 이야기'이윤일 웰에이징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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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자이며 노화 연구자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웰에이징연구센터 이윤일 센터장은 1974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연수연구원과 전임강사로 노화에 따른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연구했고, 2016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부임하기 전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SAIT)에서 팀장인 수석연구원으로서 노화에 따른 다양한 기초·응용 연구를 팀원들과 수행해 다수의 연구 논문과 특허를 등록했다. 아카데미와 기업체 경험을 기반으로 노화의 기초연구와 실용화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학제(BT·IT·NT·로봇·사회인문학) 간 융합연구를 통해 노화 개선 및 극복의 극대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100세 인생' '100세 시대'라는 단어들이 많은 곳에서 자주 오르내린다. 이런 말들이 의미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많이 발전했구나' '세상 참 좋아졌네' '장수만세' '나도 이제 오래 살 수 있겠네' 등…. 우선 이런 긍정적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면에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최근 장수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나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것이 저출산 문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더라도 최근 인구의 자연감소와 동시에 노동생산인구의 감소가 시작되었고, 이는 결국 사회·경제적 문제,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 100세 수명의 연장이 아닌 건강노화와 건강 장수에 대한 관심과 이를 위한 과학기술 개발 및 다학제 간 공동 연구의 필요함이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2.7세지만 질병 없이 살아가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수명은 64.4세로 18년의 격차를 보이고 있고 이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과 더불어 미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고, 우수 인재가 자원인 우리나라는 세대의 역전으로 보다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다.

◆가능한 대처방안이 있을까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서 중장기적인 국가·사회 및 다학제적 통합적 접근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모든 것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현재 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방안을 우선 몇 가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노화에 대한 통념적 인식 전환과 개인의 지속적 관심 및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의 노화연구는 '노화는 자연의 순리'라는 기반의 항(抗)노화 연구가 대부분이었고 노화는 비가역적(非可逆的)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 노화도 가역적이며 역(逆)노화로 제어가 가능하다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노화도 질병처럼 개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노화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노화세포는 분열을 통한 증식이 멈추지만 사멸되지 않고 면역 시스템의 사각에서는 각종 노인성 질병을 유발한다. 이를 근거로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은 선택적으로 노화세포의 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면 질병 치료는 물론 노화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노화를 의미하는 'Senescence'와 파괴하다의 'lytic'을 합성하여 세놀리틱(senolytic)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이에 해당하는 물질을 찾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백혈병 치료제(다사티닙)와 식물 추출물(케르세틴)이 노화세포 사멸을 유도해 실험 마우스(쥐)의 평균 수명을 36% 증가시키는 결과를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금도 많은 연구자가 더 효과적이며 안전한 세놀리틱들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고령 환자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DGIST를 비롯한 연구기관에서 노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DGIST 웰에이징연구센터는 가역적 노화 회복을 유도할 수 있는 약물을 발굴하고, 이 약물을 활용한 노화 회복 메커니즘을 규명해 2017년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이는 노화는 회복될 수 없다는 기존 학계의 '노화의 비가역성'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가역적으로 노화를 회복이 가능하다는 세포 수준이지만 단초를 제공했다는 의미가 있으며, 이후 많은 노화연구의 새로운 방향이 되고 있다. 또 대표적 노인성 질병인 근감소증을 낮추기 위해 DGIST 연구팀은 운동효과 후보물질인 인도프로펜(Indoprofen)을 약물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략으로 도출해 노화 동물의 근육량 증가와 기능 개선 효과를 밝혔다.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카켁시아, 사코페니아, 근육 논문'에 발표했다.

◆다학제 간 융합연구의 필요성

지금까지 생명과학을 연구한다고 하면 질환의 병태생리학적 연구나 치료 물질의 개발, 즉 신약 개발이라는 무언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과의 융합연구로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개인 맞춤형 진단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벌써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및 개인 맞춤형 진단에 대한 기술들이 실용화되고 있으며, 진단과 치료 방법에서도 바이오 신소재를 활용하고 전기·전자를 융합한 바이오센서·전자약 등 부작용 최소화와 효과 극대화를 위해 다양화되고 있다. 따라서 다학제 간 융합연구는 이제는 필수가 될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노력은 인류를 위한 것이고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인문사회적 학문과의 융합 연구도 반드시 필요하다.

◆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노력

어떤 질병도 치료와 약물만으로 완쾌되는 경우는 없으며 개인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노화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노력과 의지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또한 생활습관, 음식, 운동 등을 통한 개인의 노력이 절대적이다. 대부분의 100세 이상 건강장수인의 특징이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에서 회복한 미국의 107세 아나 델 프라이어 할머니의 건강장수 비결을 '운동'이라고 소개했고, 지금도 수영과 춤 등의 일상생활로 음식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올해 100세지만 아직도 강연과 칼럼을 쓰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규칙적 식사와 수영 등 계속적으로 몸과 머리를 움직이는 것이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고 소개하며 "늙는다는 건 결코 죽음에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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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일 (웰에이징연구센터장)

는 의미가 아니며 삶을 완결한다는 의미이며, 이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바로 장수"라고 얘기하며 긍정적 사고와 개인의 노력을 강조한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고령자들이 고위험군으로 힘들어 하는데 이러한 노력과 연구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노인성 질환을 극복하고 건강장수 구현으로 인류 모두에게 행복한 미래사회를 기대해 본다.

 


이윤일 (웰에이징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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