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은 넘은 것 같다"는 대구 염매시장 나무전봇대

  • 박태칠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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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9   |  발행일 2020-11-11 제11면   |  수정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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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시장 나무전봇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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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시장 나무전봇대
시민의 밤길을 밝혀주는 파수꾼 역할을 해오다가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지중화 되어 도심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전봇대.

그런데 콘크리트 전봇대도 아닌 나무전봇대가 도심 한 가운데, 그것도 시장을 밝히는 수호신 역할을 아직도 하고 있어 화제다. 대구 중구 종로11-9, 염매시장의 한 가운데에 떡하니 버티고 선 나무전봇대가 눈길을 끈다.

"설치 된 지 백년은 넘었을 것 같아요. 제가 가게를 30년도 정도 운영했고 가업을 물려 주신 아버님이 1973년도부터 장사를 하실 때부터도 있었던 전봇대예요. 그 전에 아버님께 물려주신 분의 말씀까지 합하면 이 전봇대는 백년이 넘은 것 같아요."

바로 앞에서 충북아기이유식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황태경씨(59)의 말이다. '백 년이나?' 그의 말을 듣고 전기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전기점등이 밝혀진 것은 1887년 3월 6일, 경복궁내 건청궁 에서였다. 궁궐밖 민간인들을 위해 서울 종로 길거리에 가로등 세개를 설치한 것은 1900년 4월 10일이라고 한다.

대구는 이보다 11년 늦은 1911년 5월 9일, 서상돈 등 한국인 유력자와 일본인 20여명이 자본금 10만원으로 설립한 대구전기 주식회사가 그 시초였다.

당시 대구는 10촉광으로 환산해서 약 80여등을 공급할 정도였고 이후 전기 공급이 늘면서 1913년에는 각급기관이나 부유층가정을 중심으로 가입 수요가 2천600등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그럼 이 나무 전봇대는 언제 설치한 것일까. 한국전력공사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컴퓨터 시스템화가 2008년도 쯤 완성되어 당시의 설치연도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시장상가 주인의 말대로 백년이 넘은 전봇대라면 1911년도나 1913년도에 설치되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근대 역사의 유물로 보존가치도 있어 보인다. 좀 더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혹시 가게 앞에 있어 불편하지는 않는지 물어 보았다. "괜찮아요. 골목투어 해설가나 초·중·고 선생님들이 관광객들과 학생들을 40명씩 데리고 와서 역사를 설명해주고 위치 알리는 법도 알려주니 보기에 좋아요."

웃으며 말하는 상가주인의 표정도 전봇대의 불처럼 밝다.

글·사진= 박태칠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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