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죽음과 삶을 잇는 상례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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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7   |  발행일 2020-11-25 제11면   |  수정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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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가자 어서 가자 북망산천 찾아가자/ 오호옹 오호옹 오호에야 오호옹/ 이래 갈줄 내몰랐다 언제 다시 만나볼꼬/ 오호옹 오호옹 오호에야/ 북망산천 머다더니 내집 앞이 북망일세/ 오호옹 오호옹 오호에야/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실 날을 일러 주오…."

생의 애환을 담은 이별 노래로 앞소리를 메기자 상여를 메고 가는 상두꾼들이 뒷소리로 화답한다. 출상하면서 시작한 상여소리는 하직하는 소리, 대문 나가는 소리, 거릿제 소리,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며 부르는 소리, 좁은 길 가는 소리, 다리 건너는 소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상여 운구는 힘든 노동으로 일종의 노동요로도 볼 수 있겠다.

지난 주말 국가민속문화재 제266호로 지정된 경산 상엿집에서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설화리 주민들의 상여소리 시연이 펼쳐졌다. 나라얼연구소에서 조상들이 남긴 죽음의 문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해마다 해오는 행사다.

실제 초상이 난 것처럼 발인제를 지내고, 상주들이 대나무 막대를 짚고 곡을 한다. 출상이 시작되자 망자의 가는 길을 밝히기 위해 등롱이 앞장선다. 이어 빨간저고리에 검정치마를 입고 창을 든 방상시가 잡귀를 쫓기 위해 뒤따른다. 관직과 이름이 적힌 빨간 명정 깃발과 망자를 추모하는 글이 적힌 조기를 든 사람과 영혼을 실은 요여가 따르고, 화려하게 장식된 상여 뒤를 이어 마을 사람들도 따라간다. 행상길 중간에 상여를 내려놓고 노제를 지낸다. 상주를 비롯해 친척과 친구들이 잔을 올리고 음식을 나눈 후에 다시 행상을 계속한다. 산으로 오를 때에는 상여소리도 조금 빨라진다.

어릴 적 마을에서 가끔 보던 모습이다. 이날 행사는 산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산에 도착해 하관 후 흙을 덮고, 평토제를 지내고, 봉분을 만들고, 잔디를 입히면 장례는 마무리될 것이다.

조상들의 상례는 망자를 편하게 보내고 상주들을 위로하는 마을공동체 문화였다. 마을에서 초상이 나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도왔다. 상여는 망자가 마지막으로 타고 가는 운반수단이었기에 가마보다 화려하게 장식됐다. 마을마다 상여를 보관하는 상엿집이 있었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관리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두려운 곳으로 인식해 마을 중심보다는 마을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있었다.

장례문화가 바뀌어 영구차를 이용하면서 상여와 상엿집도 사라졌다. 경산 하양 무학산의 경산 상엿집은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를 보존한 곳이다. 본래는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에 있었으나 사라질 위기에서 조상들이 남긴 상례문화를 지키려는 뜻있는 이들이 사비를 들여 옮겨왔다. 그리고 해마다 전통상례문화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올해로 7회를 맞았다.

필자도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상례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몇 해째 이 행사에 참여해 오고 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상여를 타고 가지는 못하더라도 육신은 누구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삶에 대해 가장 경건해지며 가장 겸손해지는 날이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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