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두 다리 잃은 근로자 '재활의 꿈'을 빚다

  •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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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4   |  발행일 2020-11-25 제11면   |  수정 202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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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재광(왼쪽에서 셋째)씨가 김봉옥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장과 최창식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장에게 자신의 작품인 '느낌의 자유'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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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서 양다리를 잃어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김재광씨가 병원 내 '집단 심리회복 도예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직접 빚은 도예작품들.


"도예교실이 있는 날은 진통제도 먹지 않았어요. 흙을 만지는 동안에는 통증도 잊을 만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내 생에 이런 날이 언제 또 오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큰 병원에서 전시하다니요. 영광입니다."

대구 북구 학정동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병원장 김봉옥) 직원으로 구성된 도예동아리 '흙 빚는 손'과 '집단 심리회복 도예프로그램'에 참여한 산재 입원환자가 함께하는 '흙 빚는 손' 도자전이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대구병원 로비에서 열렸다. 산재 입원환자 김재광(60·포항 남구 문덕리)씨 외 7명과 김봉옥 원장을 비롯한 병원 직원이 전시한 작품은 접시·화병·그릇 등 소품 약 100여 점이다.

전시에서는 김재광씨의 작품 '느낌의 자유'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포항지역 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양다리를 잃었다. 그는 "처음엔 가족이 보고 싶고 집에도 가고 싶었지만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에 들어설 자신이 없었다"며 "병원 생활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정신적으로 단단해졌을 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노력하지 않은 병신으로 살기보다는 노력하는 장애인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의족이지만 당당히 일어서서 걸어다니는 새로운 자신을 보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100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장애인 세계에 들어와 새로운 삶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다른 길이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의 도예프로그램은 꿈을 키워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흙을 만지면서 짜릿한 손맛과 함께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다. 퇴원 후 포항으로 돌아가면 흙 만지는 치유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15년 구성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도예동호회는 2017년부터 매년 지역 도예공방과 함께 병원 내 도예전을 개최해 왔다. 도예작품 활동을 통한 심리적 치료 효과를 먼저 확인한 직원들은 올해 처음으로 지역 도예공방과 연계해 집단 심리회복프로그램 일환으로 도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24일~8월12일 진행된 도예교실 1기에는 4명의 입원환자가 참가해 매주 수요일 두 시간씩 활동에 참가했다. 2기는 9월2일~10월 28일 운영됐으며, 1기 참가자 3명과 신규 5명 등 모두 8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직원과 환자가 함께 이뤄낸 성과물을 공개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전시회 오픈식에 참석한 최창식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장은 "여기가 병원인지 아트홀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작품이 크고 거창하거나 예술적인 경지가 아니더라도 아기자기하고 소중하다. 이런 행사가 있는 병원은 드물다. 직원·환자·작가가 함께하는, 본받을 만한 뜻깊은 행사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쉬움도 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인의 관람이 허용되지 않은 것. 하지만 외출이 금지된 입원환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병원 내 호응은 컸다. 김봉옥 원장은 "병원과 지역사회가 서로 존중한다는 의미로 전시회를 기획했다. 앞으로도 환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알차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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