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에게 '마음 빚' 갚느라 국민을 이렇게 불편하게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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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6   |  발행일 2020-11-26 제23면   |  수정 2020-11-26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4일 "그동안 법무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한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면서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추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윤 총장의 직무배제 및 징계에 관해 보고를 했으며,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발표다. 무언의 동의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취임 35일 만에 자진사퇴하고 추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아 1년여 좌충우돌했던 추·윤 막장 드라마가 드디어 변곡점을 맞았다. 이번 사달의 가장 큰 책임은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기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이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를 또다시 맡기면서 그를 검찰총장으로 승진시켰다. 하나 윤 총장이 검찰개혁 대신 유재수 감찰 무마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등의 수사를 통해 권력의 심장부에 칼을 겨누면서 현 정권의 눈밖에 났다. 문 대통령은 누차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했지만 실제로 현 정권의 심장부를 건드리니 유구무언일 수밖에. 윤 총장으로선 자신을 팽(烹)시키려고 하니 앉아서 당하려고 하겠나. 윤 총장은 여섯 가지 비위 사실 모두 거짓이며 끝까지 법적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국회 법사위에 나가겠다고 어제(25일) 밝혔다. 잘 됐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늦었지만 문 대통령은 즉각 추 장관과 윤 총장을 해임한 뒤 여당의 주장처럼 윤 총장 비위 의혹 관련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가리자.

문 대통령은 연초 기자회견에서 "조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추·윤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에겐 ‘마음의 빚’이 있기나 한 건가. 이제 추·윤 사태를 속히 마무리하고 발등의 불인 방역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국민 삶 개선이나 민생과는 거리 있는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 문제로 똥볼만 차는 우를 더는 범해선 안 된다.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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