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희 전 한울타리 이사장 '농촌집 고쳐출가(家)' 공모전서 장관상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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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6 11:49  |  수정 2020-11-26 12:55
경북 군위 80대 노부부의 집 수리 봉사 과정 진솔하게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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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한울타리 이현희 전 이사장이 26일 '우리함께 농촌 집 고쳐줄가(家)' 공모전에서 농식품부장관상을 받았다. 이 전 이사장은 '당신을 만나러 가는 행복한 길'을 출품해 수기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다송둥지복지재단에서 주관한 '우리함께 농촌 집 고쳐줄가(家)' 공모전은 농촌 집고쳐주기 재능나눔의 사회적 확산을 위해 올해 처음 실시됐다. 농촌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는 자원봉사자와 국민을 대상으로 UCC·수기 등을 공모했다.

이번 공모전에서 장관상을 수상한 이 전 이사장은 지난 5년간 농촌지역 취약계층은 물론 포항지진 피해 가구 등 1천여 채 집 수리에 재능기부 및 봉사활동을 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한국농어촌공사가 주최한 제4회 대한민국 농촌재능나눔 대상에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전 이사장의 수상작 '당신을 만나러 가는 행복한 길'은 경북 군위군 중내길 한 산골마을에 거주하는 80대 노부부의 주택을 수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뇌졸중과 치매를 각각 앓고 있음에도 서로를 보담아주는 모습, 이런 금슬과 달리 허름하고 불안한 보금자리의 모습, 그리고 집 수리과정 등을 진솔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이 수기는 지난 20일 농식품부 유튜브채널 '농러와TV'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전 이사장은 "가슴으로 느꼈던 것을 그대로 수기로 적었을 뿐인데 최우수상까지 받게 돼 영광"이라며 "부상으로 받은 상금 200만원 전액을 재단의 취약계층 주거환경지원사업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변종현기자 byeonjh@yeongnam.com



■ '희망가꾸기 집고쳐줄家' 자원봉사수기공모 최우수상(장관상) 수상작

제목-당신을 만나러 가는 행복한 길
글-사회적협동조합 한울타리 이현희 전 이사장

해마다 농촌집고쳐주기 봉사활동은 삼복더위에 시작된다.
지난해까지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하늘이 뚫린 듯이 마구 내렸다. 다행스레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는 경북지역은 침수피해가 없었다. 너무 감사했다. 최장의 장마가 끝나자마자, 대프리카라 불리는 대구의 작열한 태양은 경북 군위군까지도 삼켰다.

손에 마음을 담고 마음에 손을 담은 우리는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아름다운 사연을 전하러 화물차에 오른다. 사랑과 희망의 씨앗을 싣고 가는 산속 외진 길은 당신을 만나러 가는 행복한 길이었다.
그 길 끝, 언덕 위의 아주 낡고 허름한 집이 보인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청각장애와 치매를 앓고 있는 노부부가 사는 농촌집이다. 그 곳에 손에 마음을 담은 한울타리 조합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연두색 모자와 푸른 조끼를 입고 손에는 집수리 공구가 들려있었다. 기술이 있어야 만지는 전기, 설비, 도배, 목공작업까지 해낼 수 있는 현직 건축기술자들이자 사랑과 열매, 꿈과 희망을 잇는 재능나눔의 실천가들이다.

80여년의 인생여정을 고단하게 달려온 듯한 할머니는 오늘따라 초췌한 얼굴빛에 머리는 헝클어지고 흰서리가 쌓인 채 느티나무 그늘 아래 말없이 앉아계셨다. 황구가 우리의 방문을 알리기라도 하듯 요란하게 짖어 대다 이내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있다. 밭일 가신 할아버지가 언덕길을 느릿느릿 올라오셔서는 그늘 아래에 있는 할머니에게 먼저 다가가서 안부를 챙기고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쳐 주신다. 노부부의 고운 정이 느껴진다.

"할배요, 이번에 비 피해는 없었지예?"
"너거들 누꼬? 그래, 맞다. 전 번에 왔었제"
"예, 집 고치야지예, 방 천정은 괜찬능교?"
"그런나? 고맙데이. 천정은 아직 괜찬터라 마"
"근데 계단이 불안해서 자빠질뻔했다. 단듸해라"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는 오히려 할머니가 움직이는 동선을 중심으로 집수리할 부분에 대해 몇 번을 강조하고, 방으로 오르는 계단에 손잡이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할머니가 드나드는데 손잡이가 없어 넘어질까 불안하다 하신다.
흙들이 떨어져 쌓인 천정은 가운데가 배불뚝이 항아리가 옆으로 누워있는 듯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천정을 바라보시며 이번 폭우에 천정이 무너질까 늘 걱정스러우셨단다. 불안해서 어떻게 지금까지 생활하셨을까?

봉사자들의 손에서 고단한 노부부의 삶의 여정을 위로하는 희망家꾸기가 시작이 된다.
방 안의 낡고 빛바랜 살림살이가 잠시 비켜나고, 전동 톱과 콤프레샤, 에어 타카 소리가 하모니가 되어 협연을 한다.
무너질 듯 위태했던 배불뚝이 천정을 철거했다. 천정전체를 목공작업과 한겨울 추위를 대비해 보온재로 마감하고, 도배와 장판으로 방 전체를 새롭게 꾸몄다. 방문 앞에는 안전손잡이가 만들어진다. 샤워장도 만들었다.
고운 할머니의 자태와 든든한 할아버지의 어깨를 환히 비출 수 있는 조명을 달고 불을 밝혔다. 세월의 흔적을 품은 노부부의 미소에는 안전하고 깔끔해진 희망家로 이루어졌음에 엄청 만족해 하신다. 50여년전 백년가약 때, 어린 부부의 수줍은 미소가 오늘같이 밝지 않았을까?

8월의 여름날, 연일 38~40℃의 폭염으로 자원봉사자들의 온몸에 굵은 봉사의 땀방울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굵은 소나기가 한줄기 쏟아진다. 유난히도 지겨웠던 빗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집수리가 되어 든든하신지 안도한 얼굴로 환히 웃고 계신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잠시나마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니 장마의 지겨움 속에 단비였고, 준비한 도시락 밥맛은 꿀맛이었다.

"할배요 이제 댔지예? 필요한데는 더 없능교?
"댔다. 잘댓네. 고맙데이"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시고 흙 묻은 손으로 말없이 눈물을 훔치신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집안을 방역 소독하고 7일간의 집수리 봉사를 마치고 부채와 벽시계를 선물했다. 집이 너무 낡고 험해서 다섯 번이나 사전 답사했던 곳이었다. 노부부와 짖어대는 황구를 뒤로하고 "가수 진성의 안동역 앞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안동으로 행복한 길을 찾아 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고,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는 사회사업가 Helen Keller의 말처럼 노부부의 러브하우스에서 석양의 아름다움이 우리의 가슴을 적신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유가치를 창출하여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울타리의 손에 마음을 담고 마음에 손을 담은 지난 5년간의 농촌家꾸기 봉사활동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집 마당 귀퉁이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이 멀어서 요강에 일을 보고 밤에는 참지 못해 옷에 일을 치뤘다는 군위군의 조손가정에 실내에서 샤워를 하고 볼 일 볼 수 있게 변신했을 때 좋아서 폴짝폴짝 뛰던 어린 소년의 눈빛과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에 번지던 환한 웃음.

전기누전으로 집이 반소되어 경로당에서 더부살이로 한숨짓던 의성군의 할머니는 불에 그을린 방과 부엌의 수리를 끝냈을 때 "엄동설한 살길이 막막한 할미를 챙겨주어 고마워요" 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며 손을 잡아주시던 모습.

낯설고 물설은 청송군으로 시집온 다문화 새댁은 아궁이 부뚜막에서 현대식으로 탈바꿈한 부엌에서 음식준비하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선연하다.

예천군 산골마을에서 할머니가 차려주신 총각김치와 된장국의 밥맛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맛을 만난 듯 가슴에 지금까지 남아 있다.

2017년 12월, 포항지진피해가구 어르신들에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도 잊은 채 지진으로 무너진 담장, 깨어진 창틀, 내벽이 뒤틀려 방문이 열리지 않던 집들을 새로운 희망家로 깜짝 변신시켜드렸던 깊은 정들이 이제는 추억 속에 남아 있다.

우리는 독거노인, 장애인, 조손가정아이들에게 집(한울타리)에서 사랑(다솜)의 향기와 보금자리(둥지)라는 꿈과 희망을 선물했던 농촌집고쳐주기 봉사활동은 수혜가구의 주거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작은 보탬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다솜둥지복지재단, 봉사자가 이들의 마음에 또 하나의 가족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지난 5년간의 봉사단체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백의종군의 재능봉사자로 당신을 만나러 가는 행복한 길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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