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논리로 과학이 조작되는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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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7   |  발행일 2020-11-27 제23면   |  수정 2020-11-27

800여 명의 과학자가 회원으로 있는 바른과학기술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정치가 과학을 뒤덮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의 김해신공항 건설 사실상 백지화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이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책 결정의 정당화를 위해 과학기술 결과가 조작되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과학기술 전문가의 소리는 묻히고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라임 펀드 수사를 맡아온 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개탄하며 사표를 던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과실련은 김해신공항 검증과 관련 "분석에 사용된 기초 자료에 지대한 변경이 없는 한 2016년과 2020년의 분석 결과가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월성 원전 폐쇄 결정에 대해서는 "믿기 어려운 비과학적 왜곡을 발견했다"며 초안에는 계속 가동 때 경제성이 1천778억원이었다가 수정된 보고서에는 224억원으로 축소된 경위를 문제 삼았다.

실제로 우리는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가 사회 전 분야의 중요한 이슈를 덮어버리는 것을 자주 목도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에서는 정치 논리가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 검찰개혁이란 핑계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이 감사원 등의 자료에 따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수사를 급진전시키자 1년 가까이 갈등을 이어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하룻저녁에 검찰총장을 직무배제시키는 헌정 사상 초유의 조치를 취했다. 조국 수사부터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벌이는 윤 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오던 가운데 정부의 핵심정책인 탈원전 관련 수사가 진행되자 더는 참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정부정책을 조변석개식으로 내던지고,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수사하면 검찰총장을 직무 배제하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정부여당은 과학적 근거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비판을 겸허하게 경청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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