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경북 구미 사곡고 특수반 아이들의 행복한 연주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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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8   |  발행일 2020-12-02 제11면   |  수정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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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사곡고 특수학급 학생들이 교내 비대면 예술제에 제출할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합주 연습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특수학급 학생들이 생각보다 잘하는 게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몰입해 함께 연습과 연주를 하고, 또 공연을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 기뻐요."

최근 찾은 경북 구미 사곡고(교장 노순광) 특수반 교실. 이곳에서는 요사이 '신나는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공부하다 말고 칠판 앞으로 모여든다. 칼림바를 들고 앉거나 마이크 앞에서 노래할 준비를 하는 것. 칼림바는 금속으로 된 건반의 튕김과 나무의 공명을 통해 소리를 내는 아프리카 민속악기다. 양손 엄지로 연주하며 청아하고 맑은 소리가 특징이다.

"준비됐나?" "준비됐다!"
한 아이가 외치자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모두 소리쳐 응답한다. 특이한 것은 아이들이 연주를 하는데 악보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곡고 비대면 예술제에 제출할 영상을 제작하는 중이었다.

특수반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두 시간씩 오카리나·하모니카 등의 악기를 배운다. 매년 연말이 되면 경북 서부권 장애학생예술제와 사곡고 교내 축제에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낸다. 지난해엔 공연 3개월 전부터 집중 연습에 들어갔지만 올해 연습기간은 1개월로 단축했다.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돼 1개월로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에서다.

연주회는 조동국·이수빈·신형호(이상 1학년), 임기진·서현(이상 2학년), 이진호·강민지·김수현·윤성목(이상 3학년) 등 9명의 학생이 만들어가는 행복 만들기 프로젝트다. 이들은 "축제에 참가해 직접 연주함으로써 비장애 학생들에게 장애 학생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오카리나·하모니카·칼림바 등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은 동요에서 가요까지 모두 27곡이나 된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악보를 찾아서 좋아하는 노래를 스스로 연습하는 친구도 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주곡은 가요 '혼자가 아닌 나'. 아이들은 "가사가 좋다. 힘들 때 들으면 위로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특수반 학생 중 일부는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돼 지원을 받는다. 방과 후 실용음악학원에서 드럼·피아노·색소폰을 배워 전문 연주자의 길로 가기도 한다.

2021학년도 대입 수시에서 구미1대학 사회복지과에 합격한 이진호군은 칼림바를 연주하고 노래도 부른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칼림바를 배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이군은 " MR과 연주의 박자가 맞지 않을 때는 답답했지만, 연습해서 맞춰지면 짜릿하다. 특수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사곡고 특수교사 홍성영씨는 아이들 하나하나 모두 착하고 바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음악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좋아하고 즐거울 수 있는 일이 하나씩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힘들고 지칠 때 배웠던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글·사진= 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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