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왜 혼나는지 알면 좋을텐데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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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30 08:24  |  수정 2020-11-30 08:38  |  발행일 2020-11-30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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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증은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을 강타하고 모든 사람의 소중한 일상을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커다란 희생을 바탕으로 코로나19를 이기는 방법은 마스크 착용과 방역지침 준수란 것을 경험한 대구경북의 주민들은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마스크를 쓰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뉴스를 보면 그 간단한 '마스크 쓰기'를 실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최근 '마스크 쓰기'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나라가 늘고 있습니다.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마스크 쓰기'에 처벌까지 동원해야 하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사실 그동안 처벌의 이유에 대해 인간행동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논쟁을 해왔습니다.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그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응분의 대가'인가 아니면 다음 번에 같은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한 '교훈을 가르치는 학습'인가에 대한 논쟁인데, 그간 연구에 따르면 어른들에게는 처벌이 이 두 가지 이유 모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합니다.

그럼 아이들 경우는 어떨까요? 올해는 한참 뛰어놀아야 할 어린 아이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부모님이 '뛰지말아라' '공부해라' 등등 크고작은 일로 꾸지람한 일이 유난히 많았을 텐데, 아이들은 부모님의 꾸지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올해 미국 예일대의 몰리 크로켓 교수 연구진은 'Nature Human Behavior'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처벌 동기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실험은 남의 그림을 찢는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을 처벌하기로 결정하면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아이패드 작동이 멈추는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고, 한 그룹은 처벌의 이유를 말해 주지 않았고 다른 그룹은 처벌의 이유를 말해 주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아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희생도 기꺼이 감수했고, 처벌의 이유를 말해준 그룹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희생을 감수했습니다. 즉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처벌을 '잘못에 대한 응분의 대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처벌을 통해 얻어지는 교훈'이란 사회적 이익 또한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 부모님이 아이들을 혼낼 때는 아이의 어떤 행동이 잘못된 것이며 그 행동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해주기 바랍니다. 그럼 아이들은 꾸지람을 통해 교훈을 얻어 다음에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른 시일 내에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내년은 집안이 아니라 놀이터와 학교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지길 기대해봅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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