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낮에는 화가, 밤에는 포장마차 사장' 김태선씨 "개인 작업실, 미대 진학이 꿈"

  • 송은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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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1   |  발행일 2020-12-02 제11면   |  수정 2020-12-01
김태선
김태선 작가가 자신의 작품 '팔공산의 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6년 전 사군자를 처음 접하면서 묵향에 완전히 매료됐죠.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싶었습니다. 한국화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죠."

한국미술협회 정회원 김태선(59) 작가의 말이다. 그녀는 낮에는 화가로 밤이 되면 포장마차 여사장으로 변신한다.

1983년 친정어머니가 처음 시작한 대구 칠성시장 포장마차. 2000년부터 그녀는 여동생과 함께 어머니 일을 거들다가 2013년 포장마차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포장마차는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도 여전히 두 모녀가 함께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수상 경력도 많았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거기까지였다. 집안 형편상 미대 진학의 꿈은 포기해야 했다. 결혼 후 두 자녀가 10대 초반쯤 됐을 때 그림에 대한 열망이 다시 일어났다. 하지만 그때도 여건은 만만치 않았다. 남편과 두 자녀 뒷바라지, 밤 장사를 하는 어머니 일을 돕는 것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포장마차 일은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만 하고, 다른 건 못 챙겨도 가족들의 아침 식사만큼은 정성껏 차려 함께 식사한다는 조건으로 어머니와 가족의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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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에서 친정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태선 작가.

김 작가는 1994년 대구시종합사회복지관 평생교육원 사군자반을 시작으로,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대구대 평생교육원 동양화반에서 남학호 교수로부터 동양화를 배웠다. 2009년 대전 중구문화원 주최 보문미술대전에서 '금강산 삼선암'이란 작품으로 최우수상 수상, 2012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아트 페스티벌에서 첫 부스 개인전을 여는 등 현재까지 개인전 4회, 단체전 100여 회에 참여했다.

쾌활한 성격에다 비상한 기억력까지 소유한 그녀는 단골손님의 호칭, 술버릇, 방문주기, 음주 스타일까지 줄줄 꿰고 있어 장사에도 소질이 있다. 2016년에는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그녀의 억척같은 삶을 소재로 다룬 독립다큐멘터리 '굳세어라 금순씨'를 제작, 교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개인 작업실을 갖고, 미대에 진학하는 것이다. 김 작가는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있으니 언젠가는 반드시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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