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자수 베개..한 땀 한 땀에 '엄마의 추억'

  • 문순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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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30   |  발행일 2021-01-13 제13면   |  수정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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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북성로 한 카페에서 본 자수 베개

대구 중구 북성로 한 카페에서 자수 베개를 보는 순간 어릴 때 엄마가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를 놓아 가족의 베개를 예쁘게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전염병으로 자식을 잃은 선조들은 가슴에 묻은 자식을 생각하면서 귀한 목숨 잃지 말고 오래 살라는 뜻으로 베게 속통 양쪽에 목숨 수(壽)와 복을 많이 받으라고 복(福), 십장생 등을 수놓아서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엄마는 밤이면 화롯불 옆에서 수틀에 천을 끼워 수를 놓으며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 혹부리 영감 등 옛날이야기 몇 가지를 구수하게 들려주었다. 


엄마는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대면 밑천이 없다면서 때때로 반복적인 이야기를 해 주셨지만, 이야기를 듣다가 자는 날이 많았다.


동화책이 귀한 시절에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들으며 문학소녀의 꿈을 꾸었다.
자수를 놓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엄마가 그리워진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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