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제11기 독자위원 회의…"코로나 사태 신속 보도 인상적…민감 주제 심층 취재 필요"

  • 노진실,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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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3 08:14  |  수정 2020-12-03 08:22  |  발행일 2020-12-03 제17면
의료인·구급대원 코로나 사투 다룬
1면 '당신은 영웅입니다' 감명 깊어
시민 코로나 극복기 담아보면 어떨까
언론에 대한 전반적 불신 높은 시대
영남일보는 진영논리 휘둘리지 말고
정직한 관찰자로 독자 목소리 담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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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제11기 독자위원회 두 번째 회의가 지난달 25일 영남일보 6층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영남일보 제11기 두 번째 독자위원회 회의가 지난달 25일 오전 11시30분 영남일보 6층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김연식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종성 대구예총 회장,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부회장, 이현창 대구시립국악단 예술감독, 홍덕률 전 대구대 총장(위원장)이 참석했다(가나다 순). 코로나19 상황으로 수차례 연기 끝에 열린 이번 독자위원회에서 독자위원들은 영남일보 기사에 대한 여러 비판과 격려를 했으며, 향후 영남일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이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배명호 노무사는 서면을 통해 의견을 보내왔다.

▶홍덕률 위원장=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오랜만에 독자위원회를 갖게 됐다. 그동안 영남일보를 읽고 느낀 점과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 혹은 개선점 등에 대해 말씀해달라.

△김경호 위원= "지난봄 코로나19가 대구에서 급속 확산했을 때 영남일보가 신속한 보도를 잘해줬다. 모두가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고 언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영남일보는 코로나19 관련 민감한 기사, 특히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기사들을 신중하게 확인하고 보도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지 100일째 되는 날 영남일보가 1면 머리기사(영남일보 5월27일자 보도)에 그동안 고생한 의료인과 구급대원의 사진을 실어준 기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급박한 상황에서 너나 없이 사명감을 갖고 일했던 많은 의료인, 구급대원들의 사투를 '당신들은 우리의 영웅입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의미 있게 다뤄져서 정말 감사했다. 하지만 일부 인터뷰 기사를 보며 지적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인터뷰이'의 좋은 점만 부각하기보다 검증 노력도 함께 곁들이는 인터뷰가 훨씬 설득력 있을 것 같다."

△이석화 위원= "요즘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국민의 의견이 갈려 있고, 사석에서도 어떤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다. 현재 국내 이슈에 대해 전문직들도 목소리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좌우로 대척된 일부 언론사들이 아니라면 언론도 입장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언론도 정론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 여론이 크게 갈려 있어 언론에 힘든 요구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언론들이 정론을 찾아갔으면 좋겠고 영남일보도 그런 부분에서 앞장서줬으면 한다. 구체적으로는 대구·경북 이전 공공기관의 운영 상황 등에 대해 대구지역 언론인 영남일보가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줬으면 한다."

△이현창 위원= "지난 영남일보 문화면 기사의 경우 특히 전시회나 공연 등에 기자가 직접 참여해 신뢰감을 준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다만 민감한 주제의 기사는 심층 취재를 통해 다각적으로 내용을 다뤄주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문화면의 경우 지역 예술인이나 그룹을 소개하는 기능이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휘자, 연주자, 작곡가, 화가, 무용가,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인터뷰를 통해서 소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남일보 선정 이달 또는 올해의 예술인'을 중견과 신진으로 나눠 보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술인들에게는 자부심과 동기 부여가 되고, 지역 신문의 홍보 효과와 함께 지역에서 활동하거나 또는 지역 출신 예술가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종성 위원= "영남일보 문화면에선 기자들이 직접 공연이나 전시 등을 많이 가보고 쓴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다. 또 최근 영남일보를 비롯해 여러 언론에 보도된 시립예술단 관련 보도의 경우 해당 문제에 대해 시립예술단 근무자와 비(非)시립예술단 예술가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서로에게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올해 신문 이야기를 하면서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다. 대구예총에서 예술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체험수기를 공모했는데, 예술인들이 직접 겪고 느낀 코로나19 체험기가 정말 애절했다. 한창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할 때 갑자기 공연·전시가 중단된 예술인들이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예술인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겪고 극복한, 혹은 마음속에 코로나 블루가 남아 있는 시민들의 체험담을 영남일보가 신문에 실어 '플랫폼' 역할을 하면 어떨까 싶다."

△박진관 문화부장= "체험기 공유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영남일보도 얼마 전 코로나19 극복을 주제로 글쓰기 공모전을 했는데, 당선작들을 읽어보면 정말 눈물 나는 사연이 많았다. 저마다 마음속에 담고 있던 이야기를 글로 풀어놓은 것을 보니 코로나로 마음고생을 안 한 분들이 없었다. 서로 체험기를 나누다 보면 공감과 치유의 효과가 클 것 같다."

△김연식 위원= "영남일보 구성원 모두 코로나 와중에 취재하고 신문 만든다고 고생하셨다. 영남일보 지면 중 '사람&뉴스'를 많이 본다. 지역 신문은 '로컬리즘'에서 더 나아가 '하이퍼로컬리즘'으로 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인물 동정을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사람&뉴스' 기사 방식이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보여 기사를 읽는 재미가 반감되곤 했다. 기자가 소재를 직접 발굴하거나 피처 기사식으로 '사람&뉴스' 기사를 쓰면 훨씬 생동감 있고 독자들의 읽는 재미도 올라갈 것 같다. 영남일보 주말판도 피처 기사가 많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최근 영남일보에서도 신공항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한쪽 면만 너무 다루지 말고 여러 의견도 같이 제시해 독자가 그걸 읽고 판단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해에서 가덕도로 가는 게 정말 대구·경북에 해가 되는지, 가덕도로 가지만 대구는 대구대로 부산은 부산대로 상생하면서 갈 수 있는지 등을 기사를 통해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배명호 위원= "평소 관심 분야인 노동 분야 이외에도 올 한 해 영남일보가 전국적인 관심사였던 코로나19 사태, 신공항 이전 문제, 엑스코선 예타 문제 등의 이슈를 잘 짚어줬다.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기사의 수나 질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인식을 충분하게 심어줬는데, 일일 기준 4~5개의 기사는 꾸준히 올라오는 것 같았다. 특히 정부의 노동 관련 입법 문제뿐만 아니라 대구지역의 노동문제도 심도 있게 보도했다. 영남일보가 초기 코로나19 관련 고용유지지원금 작성 및 신청의 어려움 등을 특히 잘 다뤘다. 최근 며칠 전에도 영남일보의 기사에서 주 52시간 문제를 거론했는데, 덕분에 주 52시간 준수를 기업 등에 다시금 주지시킬 수 있었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법정 유급휴일 변경 사안 등에 대해 충분한 대비가 되지 않은 지역 기업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도 노사 당사자 간 공평한 견지에서 기사화됐으면 한다."

▶홍덕률 위원장= 늘 고민하는 주제 중 하나가 언론개혁이다. 전국적으로 우리나라 언론에 대한 독자와 시청자의 실망 혹은 불신, 외면 같은 것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김연식 위원= "언론이 분열과 혐오의 언어를 써서 지역사회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기보다는 관용과 통합의 언어로 지역사회를 더 결속시키고 다른 지역, 계층과의 관계도 더 좋게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모두가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목소리만 크게 내는 시대에 영남일보만이라도 정론지로서 제자리에 흔들림없이 서서 정확하고 다양한 사실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쪽에 치우친 정파와 권력의 대리인이 아니라 정직한 관찰자로서 다양한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사회적 이슈를 판단하게 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독자들의 성숙한 모습을 믿을 필요가 있다."

△홍덕률 위원장= "국내 언론인과 언론사가 심각하게 자성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영남일보는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보도에 있어 보다 신중하고 섬세한 자세를 요구한다. 정파적으로 예민한 주제, 정치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어느 한편에 서서 분노하기보다는 가급적 냉정하게 팩트 중심으로 보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가끔 내용은 건조한 팩트 위주 기사인데 제목이 좀 흥분한 기사들도 보인다. 칼럼도 일부는 지나치게 정파적으로 흥분한 칼럼들이 있었다. 논리나 사실을 가지고 차분하게 칼럼을 전개하면 좋겠고, 그래야 품격있고 설득력 있는 칼럼으로 독자들에게 인정받을 것이다. 칼럼이 신문사의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칼럼진을 신중하게 구성하면 좋겠다. 사내 필진의 경우 변명의 여지 없이 신문사의 얼굴 역할을 하기에 기자들이 칼럼을 쓸 때 더 책임감 있게 쓸 필요가 있다. 영남일보 기자들이 의미 있는 취재 뒷이야기를 쓴 취재수첩 등은 재미있게 읽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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