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산업평화대상 시리즈] 〈상〉노사화합에 앞장서는 근로자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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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3 07:47  |  수정 2020-12-03 07:56  |  발행일 2020-12-03 제13면
회사가 힘들 때 먼저 손 내민 노조…新상생문화 꽃피웠다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회사 정책에 반기를 들거나 집회와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만을 관철시키려는 조직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산업계에도 노조가 회사의 어려움을 먼저 걱정하고 경영진과의 원만한 관계 개선을 위해 노사화합에 앞장서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경북도와 영남일보가 주최한 '제23회 경북도 산업평화대상' 근로자 부문 수상자들을 통해 산업계에서 불고 있는 노사화합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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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성우쏠라이트<주>는 매년 '노사한마음 야유회'를 갖고 경영진과 노조원들이 하나가 되고 있다. 〈현대성우쏠라이트 제공〉
"비상시 임금동결, 성장 때 복지향상 이어져"
■ 남현진 현대성우쏠라이트〈주〉 노조위원장
1991년 1월 현대성우쏠라이트 전신인 현대에너셀에 입사한 남현진〈사진〉 현대성우쏠라이트<주> 노조위원장은 2년 뒤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선출돼 본격적인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남 위원장의 첫 노조활동은 같은 부서 조합원 복지 향상과 가족적인 직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1994년 노동조합 조사통계부장으로 선임된 남 위원장은 뛰어난 리더십을 통해 노사 간 보이지 않는 갈등 해소는 물론 회사의 생산성 향상에도 이바지하며 1997년 9월 신설공장인 현대에너셀 경주공장 노조지부장으로 취임해 37명의 직원들과 함께 오늘의 현대성우쏠라이트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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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사상생의 신(新)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며 1998년 IMF 외환위기를 전 사원들과 함께 슬기롭게 극복해 냈다.

2004년 9월에는 현대성우쏠라이트의 복수노조 환경에서도 전 사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현대성우쏠라이트노동조합 초대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회사의 발전과 성장, 회사 가족의 미래를 향한 노력으로 지금까지 노조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남 위원장은 "회사 발전의 주체로서 '노사는 회사의 발전을 위한 영원한 상생의 동반자'라는 노동조합의 확고한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회사와 함께해 왔다"며 "특히 주인정신의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회사의 비상경영 시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고통을 분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수익성이 개선됐을 때는 조합원의 복지향상 등으로 함께 성장하는 노사문화를 이룩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은 1997년 직원 37명, 연매출액 450억원이던 회사를 지난해 연매출 3천900억원, 직원 350명으로 확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무엇보다 남 위원장은 24년간 노사 무분규 사업장을 이끌어내며 현대성우쏠라이트가 고용노동부 노사 우수 모범기업으로 선정되는데 기여했다.

경북도 산업평화대상 근로자부문 대상 수상자인 남현진 위원장은 "앞으로도 '쏠라이트는 나의 가정, 세계는 나의 일터'라는 슬로건으로 세계시장을 향해 쏠라이트 전 가족과 함께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지역사회 봉사를 위해 더욱 헌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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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훈 삼보프라텍<주> 노조위원장이 회사 관계자와 작업환경이 열악한 도장공정실을 둘러보고 있다. 〈삼보프라텍 제공〉
"근무여건 개선 위한 자동화, 생산성도 향상"
■ 최성훈 삼보프라텍〈주〉 노조위원장

2003년 10월 삼보프라텍에 입사한 최성훈〈사진〉 노조위원장은 동료들의 신임을 얻으며 노동조합의 집행부를 맡아 소임을 다하고 회사 측의 요구에 대해서는 동료 조합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노사화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동료들의 신임으로 2019년 1월 실시된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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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위원장을 맡은 이후 최 위원장은 노사관계 개선에 더욱 노력했다. 근로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매일 공장을 순회하며 근무 중 고충이 무엇인지 일일이 확인하고 현장 환경을 점검했다. 또 현장 팀별 면담을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측과 대화에 나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함으로써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자녀 대학 학자금의 부담을 가진 직원들을 위해 사측과 합의해 대학 학자금을 25% 인상시켜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직원들의 가계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최 위원장은 노동환경 개선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며, 근로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사측에 전달하고 설득해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통한 근무환경 개선과 함께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냈다.

도장공정이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어서 도장 작업자들이 방독마스크에 방전복을 입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열악한 작업 환경에다 페인트 도료에까지 노출돼 직원들의 건강 악화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사측과 협의해 도장 생산 공정 자동화를 이끌어냈다. 이는 작업 시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페인트 도료와의 직접적인 접촉 최소화 등으로 이어지며 근로자들의 근무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최 위원장은 매년 더위에 고생하는 사출공장 근무자와 기숙사 거주자를 위해 냉난방기와 에어컨 설치를 이끌어냈다.

근로자부문 금상 수상자인 최성훈 위원장은 "이번 상은 제가 받은 것이 아닌 불철주야 근무하는 우리 삼보프라텍 노동자들을 대신해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이 어려우면 가장 빨리 체감하는 것이 노동자들이다. 앞으로도 태만하지 않고 안으로는 선진 노사문화를 구축하고, 밖으로는 소외된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삼보프라텍 노조위원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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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주>신영 노무관리팀장이 공장장배 한마음 족구대회에 앞서 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영 제공〉
"경영정보 투명하게 공유…주인의식 갖게돼"
■ 김재형 〈주〉신영 노무관리팀장

2002년 2월 <주>신영에 입사한 김재형〈사진〉 노무관리팀장은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상생' '협력'으로 대표되는 신(新)패밀리문화라는 신영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신영1-수상자상반신사진(신영김재형)
김 팀장은 정기적인 노사 간 대화와 경영현황 설명회를 통해 직원들의 애로 및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모든 부분을 투명화하고, 직원 간 공유를 통해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신영은 1999년 회사 창립이래 21년간 무분규 사업장을 이루며 2010년 고용노동부 주관 '노사문화우수기업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2011년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김 팀장은 노사 간 대화를 통한 갈등요소 개선 및 상호 이해력 증진을 위해 분기별로 경영진, 노조위원장 및 간부, 노무관리팀장이 참석하는 '노경협의회' 개최해 경영성과에 대한 세부사항 공유, 현장애로사항 청취 및 개선방안 도출, 임직원 복지 향상 및 중장기적 노사문화방향 수립 등에 노력하고 있다. 노경협의회 간사를 맡아 접수된 현장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곧바로 개선방안을 찾아 임직원 복지 향상과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도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회사 휴양 콘도 운영, 학자금 지급, 장기 근속 임직원 포상, 자체 종합건강검진 실시, 전 사원 단체보험 가입, 매월 직원 생일파티 마련 등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에 앞장서고 있다. 공장별 봉사회 조직과 기금 조성, 정기적 헌혈 행사 등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팀장은 협력업체와의 상생에도 노력하고 있다. '원·하도급 간 상생 노력이 곧 공생'이라는 일념으로 신영 협력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근로자부문 은상 수상자인 김재형 노무관리팀장은 "많이 부족한 제가 과분한 큰 상을 받게 돼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수상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대내외 업무 관계자들의 관심과 배려 덕분"이라며 "특히 변함없이 저를 신뢰하고 존중하고 지지해 준 회사와 노동조합의 업무 관계자분과 신영 모든 임직원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고려특수선재-노사한마음단합행사
고려특수선재<주> 경영진과 직원들이 한마음체육대회를 가진 뒤 함께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려특수선재 제공〉
"정년퇴직 직원 다시 고용…일거양득 효과"
■ 정우재 고려특수선재〈주〉 노조위원장


1996년 3월 고려특수선재<주>에 입사한 정우재〈사진〉 노조위원장은 15년간 회사 내 노무·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생의 노사관계 정립과 노사화합을 최우선 업무 목표로 노사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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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16년째 고려특수선재 노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정 위원장은 분기별로 노사협의회와 노사화합을 위한 행사 개최뿐 아니라 지역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다양한 대화 채널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개선과 개인 고충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정년퇴직 후 촉탁제도를 도입, 퇴사하는 직원들의 안정된 고용환경을 조성한 점은 사내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정 위원장은 "숙련 근로자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촉탁제도를 회사에 건의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회사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임금을 줄여서 계약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회사 측에서도 기능이 숙달된 우수 인력을 연장해서 고용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과 근로자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시설 구축, 개인별 고충 및 애로사항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고려특수선재는 무재해 사업장 달성을 통한 안전사고 제로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 위원장은 협력사 간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소통 관계 개선에 기여하며 상호 상생적 문화 형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주 감소에 따른 생산량 저하로 회사가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정 위원장은 "회사와 직원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는 것만이 상생의 길"이라고 강조하며 직원들 스스로 임금과 복리후생 지원을 줄이도록 해 회사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직원들이 먼저 권리를 양보하는 모습에 회사 또한 이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내면서 노사문화 형성을 실천했다는 평가다.

근로자부문 동상을 수상한 정우재 노조위원장은 "산업평화대상 수상은 개인의 상이 아니라 직원들의 화합으로 받은 상이다. 이를 계기로 노사화합에 더욱 증진하고 직원들과 협력해 어려운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잘 이겨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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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기자

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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