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그린뉴딜, 제대로 하자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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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4   |  발행일 2020-12-04 제22면   |  수정 2020-12-04
루스벨트 '뉴딜'에 '그린' 결합
원래 기후위기 극복과 함께
불평등·차별 해소 지향 불구
文정부 추진 '한국판 뉴딜'선
성장정책으로만 파악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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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경제성장 과정에서 인류가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한 까닭에 지난 15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1℃ 상승했다. 이대로 가면 2040년경에는 인류생존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1.5℃ 상승에 이를 전망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세계에 확산하면서 대응책도 활발하게 제시되고 있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안정시키려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일단 2030년까지 그것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2019년 11월28일 유럽의회는 '기후·환경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약속할 것을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촉구했다. 2020년 들어서는 중국, 일본, 미국 등 경제대국이 2050년 또는 206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고, 급기야 지난 10월28일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를 뜻한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책을 모색하는 가운데 그린뉴딜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논의되기 시작한 그린뉴딜이 폭발적 관심을 끌게 된 데는 2019년 2월7일 오카시오 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를 포함해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64명과 상원의원 9명이 제출한 '그린뉴딜결의안'(AOC 그린뉴딜결의안)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린뉴딜은 루스벨트의 '뉴딜'에 '그린'을 결합한 것으로 정책내용은 AOC 그린뉴딜결의안에 오롯이 담겼다.

결의안은 그린뉴딜을 추진함이 연방정부의 의무임을 선언한 다음, '1.5도 특별보고서'를 따르는 기후위기 극복책과 함께 미국 사회에 뿌리내린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모든 공동체와 노동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 ②모든 미국시민을 위한 수백만 개의 좋은 고임금 일자리 창출 및 번영과 경제적 안정 보장 ③21세기의 여러 도전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산업 투자 ④모든 시민과 미래세대를 위한 깨끗한 공기와 물, 기후와 공동체 회복력, 건강한 식품, 자연에 대한 접근권, 지속가능한 환경 보장 ⑤모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을 중지해 정의와 공평 증진. 한마디로 AOC 그린뉴딜결의안의 그린뉴딜은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그리고 불평등·차별 해소를 지향한다.

올 들어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하나로 그린뉴딜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대통령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AOC 그린뉴딜결의안의 정신을 따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은 1차 에너지 공급에서 화석연료 비율이 80%이고,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속도가 OECD 회원국 중 1위다. 심지어 한전은 해외 석탄발전 투자에 열을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구체적 실행계획을 만들라고 지시했지만, 과연 실효성 있는 계획이 나올지 의심스럽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린뉴딜을 성장정책으로 파악할 뿐 불평등해소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문재인정부의 그린뉴딜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을 섞어놓은 수준'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10월16일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가 한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에게 "행동이 말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호소한 것도 마찬가지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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