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케이프(Cape)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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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1   |  발행일 2020-12-11 제37면   |  수정 2020-12-11
무심한 듯 흘러내리는 옷자락, 우아함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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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아우터계의 슈퍼스타로 케이프(Cape)가 돌아왔다. 이번 시즌 선보이는 케이프는 대담한 오버사이즈와 긴 길이로 특급 유행템 롱코트의 계보를 이어받은 세련된 케이프 코트가 특히 눈을 사로잡는다. 케이프의 매력이라면 무엇보다 무심히 흘러내리는 긴 옷자락이 온몸을 감싸는 포근함과 움직일 때마다 드라마틱하게 휘날리는 옷자락의 분방함,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는 햄 라인의 우아함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케이프는 자유롭고 낭만적인 보헤미안처럼 우리를 어딘가로 떠나고 싶게 마음을 뒤흔드는 매혹적인 옷이며, 실루엣을 자유자재로 연출할 수 있어 이것 하나만 잘 걸쳐도 확실한 존재감으로 거리를 장악할 수 있는 옷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패션계에 나타나는 지속적 현상으로 복고풍 열풍이다. 더불어 비주류 아이템이나 장식으로 사용되었던 패션 조연들의 활약과 주인공으로의 확실한 신분 상승 현상을 들 수 있다. 올해 케이프도 이런 현상에 부응해 적극적으로 변신에 앞장서고 있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케이프의 이미지를 완전히 잊어야 할 것 같다. 이번 시즌 케이프는 루즈한 실루엣에 멕시한 길이, 대담한 스케일, 도시적 세련미로 무장해 독자적 카리스마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케이프 하나만 입어도 그 자체로 완벽할 만큼 패션 영향력이 강렬해진 것이다.

외투 위에 툭 걸치는 소매없는 옷
올해는 오버사이즈·긴 길이 유행
변형된 트렌치코트·원피스도 나와

실루엣 다양하게 연출 '만능 아이템'
체구 작으면 옷에 압도당할 가능성
어깨너비·신장에 맞는 제품 택하고
슬림한 하의·벨트·클러치백과 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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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트리밍과 벨트로 멋을 더한 케이프코트

그동안 케이프는 가을 겨울 아우터의 보조 아이템으로 코트나 블레이저 대용으로 활약을 해 왔다. 그리고 옷을 갖춰 입기 귀찮을 때는 하나만 대충 걸쳐도 쉽게 스타일링이 해결되는 만능 아이템으로 사랑받아왔다. 올해 런웨이에서 대표적인 케이프 코트를 선보인 디자이너로는 마이클 코어스와 살바도르 페라가모의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이다. 또 셀린느와 막스 마라의 전통적이면서도 도시적으로 해석된 디자인은 올해뿐 아니라 오래도록 트렌디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J.W 앤더슨은 우리에게 익숙한 실루엣과 익숙지 않은 케이프 칼라 디테일의 조합으로 신선한 충격과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 외에 블라우스, 원피스, 드레스 등과 케이프가 물리적 구조뿐 아니라 화학적 케미를 이루며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된 아이템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디자인의 다양성과 처음 보는 스타일의 독창성에 깜짝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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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토처럼 두른 가죽트리밍. 와이드 벨트장식으로 멋을 냈다.

케이프는 원래 어깨와 팔이 덮이는 소매가 없는 아우터로, 추위를 막아내거나 멋을 내기 위해 다양한 길이와 형태의 디자인으로 발전되어왔다. 케이프는 어깨에 걸친 후 풍부한 볼륨의 천을 늘어뜨려 웨이브가 지도록 입는 망토의 일종으로 오래전부터 착용됐다. 케이프는 단독아이템으로 입는 것 외에 블레이저나 코트에 칼라나 네크라인 장식처럼 달리거나, 추운 겨울엔 아우터 위에 걸쳐 극강의 따뜻함과 레이어드한 멋을 낼 수 있다. 간혹 망토처럼 후드가 달리거나 팔과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구멍인 암 슬릿(Arm slit)이 있어 활동과 편리를 도모한 것들도 선보이고 있다.

케이프는 길이에 따라 어깨 부분만 걸치는 숏 케이프와 상의나 다리까지 완전히 덮는 롱 케이프로 나뉜다. 케이프와 비슷한 것으로 판초(pancho)와 망토(manteau)가 있는데, 판초가 천 중앙에 구멍을 뚫어 머리를 넣어 입도록 한 형태라면, 망토는 의식용으로 주로 착용하거나 신분과 위세가 드러내도록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위용을 드러내는 용도로 발전해 왔다. 후드가 달리기도 하고 길이가 아주 긴 것으로 케이프와 구분되었다. 둘 다 소매가 달리지 않고 입고 벗기 편하도록 앞이 트여있고 팔과 손의 활동상 편의를 위해 앞트임이 있다. 요즘은 망토와 케이프의 경계가 거의 희미해져서 사실상 구분 없이 통용해서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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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적으로 재해석한 케이프코트

케이프는 오랫동안 방한 목적을 가진 독립된 패션 아이템으로만 사용되었으나, 18세기 초중반 서구 남성 코트 위에 검정 벨벳 케이프를 함께 착용하는 것이 대유행한 이후 코트와 재킷의 장식물로 오히려 널리 이용되었다. 이후 케이프는 독립적 아이템으로도 이용되었지만, 장식적 효과를 위한 디테일로 더 많이 사용되면서 특히 여성 패션에서는 케이프 망토, 네크 케이프, 케이프 칼라, 케이프 숄 등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케이프 스타일을 베이스로 변형된 트렌치코트, 케이프가 달린 클래식 블레이저, 케이프 디테일을 사용한 블라우스, 원피스나 이브닝드레스들이 로맨틱하고 우아한 느낌을 선보이고 있으며, 케이프 티셔츠들도 나와서 캐주얼한 스트리트 감성의 디자인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케이프는 니트, 캐시미어, 울 등 여러 소재로 만들어지며, 이것 하나만 잘 걸치면 안에 입은 옷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만능 아이템이다. 어떤 옷과도 두루두루 잘 어울려 스타일링도 쉬운데, 하의로 보디 컨셔스 아이템인 레깅스나 스키니 팬츠, 슬림한 니트 원피스와 쇼츠 팬츠나 스커트 등을 입어 상하 실루엣을 대비시킨 후 요즘 대세인 사이 하이 부츠(thigh-high boots·대퇴부까지 오는 길고 타이트한 부츠)를 신으면 단숨에 인싸로 등극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롱 케이프 코트는 연출하는 면적이 아주 넓어 담요처럼 보이지 않도록 실루엣이나 소재, 색채에 활력을 주는 것이 좋으며, 고급스러운 가죽 트리밍을 하거나 벨트, 롱 글러브, 베레모 등으로 변화를 주면 자유로운 가운데 스타일링을 새롭게 확장해 볼 수 있다. 케이프에는 가방을 어깨에 멜 수 없기에 클러치 백과 요즘 유행하는 패딩 빅백을 들어줘도 잘 어울린다. 솔리드 소재로 팔 라인이 자유롭게 디자인된 케이프 재킷은 터틀넥에 롱부츠를 신거나, 팬츠를 입고 굽이 낮은 구두를 매치해 단정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하면 출근 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케이프 연출 시 멋지게 보이려면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케이프는 A라인으로 보디 실루엣을 감추기 때문에 몸의 단점을 가려주기도 하지만 자칫 뚱뚱해 보일 수 있다. 또한 케이프가 프리사이즈로 입는 옷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자신의 어깨너비에 잘 맞는 사이즈 체크가 꼭 필요하고, 체구가 작은 사람이 지나치게 긴 케이프를 선택하는 것은 옷이 몸을 압도해 버릴 수 있기에 적절한 길이와 스타일링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힐링이 필요한 시대, 케이프가 안아주는 따뜻함과 케이프 자락에 몸을 맡기고 마음 가는 데로 흔들려보자.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 참고문헌

△서양복식사 교문사 정흥숙 △https://www.pinterest.co.kr △https://namu.wiki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49815&cid=40942&categoryId=32087 네이버 지식백과 △https://blog.naver.com/lo-beati/222072506734 △https://blog.naver.com/viakstudio/222127026225△https://blog.naver.com/zuca-s/221839101136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591522&memberNo=6345811&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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