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부키·2020. 9.·600쪽·2만2천원)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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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8   |  발행일 2020-12-18 제38면   |  수정 2020-12-18
우리는 누구나 평생 두 개의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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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문득 '산 너머 산'이란 말과 '힘든 세상'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는 일찍부터 중국의 영향을 받아 주역의 8괘 중 7번째가 '7간산(艮山)'으로 산(山)은 '막히는 곳' '멈추는 곳' '험한 곳'을 상징해 누구나 피하고 싶은 곳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서양 사람들에게 산은 '인생의 과업' '넘어야 할 과제'로 인식되고 있어서 우리와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인생의 목표, 이를테면 성공하기, 남들에게 존경받기, 제대로 된 사회 집단에 초대받기, 그리고 개인적인 행복 누리기 등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누구나 저마다의 산을 오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계곡에 떨어져 헤맨다는 것이다.

"계곡에 떨어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고통의 시기는 그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을 드러내며, 자신이 생각하던 모습이 사실은 진정한 자기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바로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아!"하고 깨달음을 얻으면서 말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산이 알고 보니 내 산이 아니었구나. 이 산보다 더 큰 또 다른 산이 저기 있구나. 저 산이 바로 내 산이다!" 이것이 '두 번째 산'이다. 이렇게 말하면 독자들은 금방 그렇다면 지금 내가 오르고 있는 산이 첫 번째 산인지 두 번째 산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물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랬다. 여기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친절하게 말해준다.

"당신이 궁극적으로 소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당신 내면에 있는 자아인가, 아니면 바깥에 있는 어떤 것인가? 첫 번째 산이 자아를 세우고 자기를 규정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자아를 버리고 자기를 내려놓는 것이다. 첫 번째 산이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무언가를 남에게 주는 것이다. 첫 번째 산이 계층 상승의 엘리트적인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 사이에 자기 자신을 단단히 뿌리내리고 그들과 손잡고 나란히 걷는 평등주의적인 것이다."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풍자적인 문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그는 이 책에서 수많은 명사를 직접 만나거나 그들의 저술을 분석함으로써 600페이지나 되는 이 책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겪는 실패의 계곡은 "낡은 자기를 버리고 새로운 자기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서 텅 빔 속에서 깨끗이 씻고 새로움 속에서 부활하는 것이다. 계곡의 고뇌로부터 사막의 정화를 거쳐 산봉우리의 통찰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1849년에 소설가 도스토옙스키는 단 한순간에 자기의 계곡을 경험했으며 또한 회복의 시작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사형선고를 받고 투옥되었으며, 총살형을 집행할 순간 전령이 말을 타고 달려와 사형선고를 거두고 노역형에 처한다는 황제의 메시지를 전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풍성하고 건강한 정신적인 삶을 느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이제 내 인생은 바뀔 거야. 인생은 모든 곳에 있어. 인생은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어."

그는 자기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걸 느꼈다는 것이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내년에 다시 오르게 될 두 번째의 산을 기대하며 지는 해를 고즈넉이 바라보고 있다.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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