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달성 가창면 냉천리 '의자이랑지묘' 의로운 누이 이랑의 묘

  • 송은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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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21   |  발행일 2020-12-23 제11면   |  수정 2020-12-23
200년전 화마 속에서 젖먹이 남동생 살리고 숨진 12살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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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가창면 냉천리에 위치한 의자이랑지묘.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냉천리 주암산수양관 가는 길 한 편에 '의자이랑지묘(義姉李娘之墓)'라 불리는 작은 묘가 있다. 의로운 누이 이랑의 묘다. 1871년 발간된 '달성군지'에는 '의자비(義姉碑)'로 등재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인 1800년대 초. 이 마을에 이씨 성을 지닌 12살 소녀가 살았다. 하루는 몸이 불편한 채로 일을 나간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가 죽을 쑤어 집을 나간 사이, 집에 불이 났다. 삽시간에 집안 전체가 화마에 휩싸였다. 이랑은 불길을 피해 탈출할 수 있었지만, 방안에 젖먹이 남동생이 자고 있었다. 이랑은 동생을 두고 갈 수가 없었다. 이랑은 남동생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고 그렇게 화마를 버텼다. 불길이 잡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엎드린 채 불에 그슬린 딸의 시신 아래에서 젖먹이 아들을 발견했다. 12살 누이는 죽었지만 대신 젖먹이 남동생은 살아남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전해 들은 당시 대구판관 조종순은 소녀 이랑의 의로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묘 앞에 비석을 세워주었다.

10여 평 남짓한 묘소 입구에는 달성군에서 세운 안내판이 있고, 작은 봉분 앞쪽에 묘비가 있다. 묘비 전면에는 세로로 '의자이랑지묘'라 새겨져 있고, 그 좌우에 소녀의 의로운 죽음을 위로하고 칭송하는 글이 새겨져 있다. 


'감라기령(甘羅其齡) 감라의 나이(12살)에 / 섭앵내지(섭앵乃志) 수줍게 소곤거리던 그 뜻 / 대제이사(代弟而死) 동생을 대신해 죽은 것은 / 위친지사(爲親之嗣) 어버이의 대를 잇기 위함이라'


지금의 비는 200년 전 판관 조종순이 세운 비는 아니다. 세월이 흘러 처음의 비가 마멸되자 1924년 3월 3일 가창면에서 다시 세운 것이다. 본래 이 묘는 현 위치 동쪽 가창 국도 변에 있었는데 2002년 도로 확장 때 현 위치(냉천리 182)로 옮겨졌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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