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이 엄동설한에 어디로 가야하나요" 대구 소망모자원의 안타까운 사연들

  • 김호순 시민기자
  • |
  • 입력 2020-12-28   |  발행일 2020-12-30 제11면   |  수정 2020-12-30
KakaoTalk_20201228_083839616_01
홀로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가족기능을 유지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생활안정과 자립을 돕는 소망모자원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이 겨울을 앞두고 김장을 하고 있다. 장소가 협소한 탓에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도 퇴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망모자원 제공
KakaoTalk_20201228_083839616_02
홀로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가족기능을 유지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생활안정과 자립을 돕는 소망모자원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이 겨울을 앞두고 김장을 하고 있다. 장소가 협소한 탓에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도 퇴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망모자원 제공>


"산타 할아버지. 앞으로 착해질게요. 부탁이예요. 우리 가족에게 집하나만 보내주세요. 하늘을 나는 새도 집이 있고, 개미도 굴이 있는데 엄마와 저는 집이 없어요. 내년 이면 소망모자원 아파트를 떠나야 한 대요. 4살 때부터 여기서 살았는데 이제 가야 한 대요. 엄마랑 저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꼭 답해주세요."

지난 25일 대구 서구 사회복지시설 소망모자원 아파트 입구 우체통. 전달되지 못한 크리스마스카드 한통이 꽂혀 있었다. 카드를 보낸 사람은 이곳에 사는 김모(9)양. 받은 사람인 산타할아버지의 답장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입소 6년 차로 내년 2월 시설퇴소 대상자로 분류되어 있는 김양의 어머니(40)는 "오갈 데 없이 어린 딸을 데리고 여기 입소할 때는 참 막막했어요. 그래도 이곳은 친정 같았어요.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고 든든했어요. 아이도 옆집 언니오빠들과 친해지고 이웃들은 가족과도 같았지요"라며 시간이 흐르는 걸 안타까워했다.

갑작스럽게 손자 둘을 키우게 되어 낯설고 물설은 대구로 왔다는 권기화(61) 할머니는 "39㎡(12평 가량) 밖에 안 되는 작은 집이지만, 있을 건 다 있어 안정감을 주고, 아이돌보미 할머니선생님으로 일자리도 얻게 돼서 너무 행복했다. 작년에 교통사고로 병원에 2달 넘게 입원했을 때도 사무실직원들과 이웃들이 돌아가며 손자들을 보살펴줘서 너무 든든했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권 할머니는 또 "올해 저축1등상을 타서 기쁜 일이지만, 전세금 마련할 때까지는 아직 멀었다. 그런데 1년 4개월 후면 손자들 데리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앞이 깜깜하다. 3년 정도 입소기간을 연장해 주면 너무 좋겠는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홀로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가족기능을 유지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생활안정과 자립을 위한 최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소망모자원 이성애원장은 "32년 동안 사회복지사업법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면서 "내년에 퇴소대상자 가정이 6가구나 된다. 8살 딸과 겨우 돌잡이 애기를 데리고 엄동설한에 어디로 가야 하느냐. 애들 좀 키워놓고 겨우 일할 만하면 퇴소명령을 내리니 참 기가 막힌다"라며 가슴아파했다.

이 원장은 "시설이 협소해도 연장해서 살고 싶은 현실에 처한 모자가정은 빨리 법안이 발휘되어 구제해 줘야 한다. 일본의 경우, 자녀 나이가 만 18세까지 보장받느다. 우리도 10~ 15년 말미를 두고 입소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자립을 도와줘야 하는데 누구를 위한 법인지, 준비가 미흡한데 퇴소날짜를 앞둔 가족들 생각에 잠이 안온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원치 않는 어려움으로 스러지고 넘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일어나 열심히 자녀들과 살아가는 소망모자원 36세대, 90명의 가족들이 신축년 새해에 거는 작은 희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