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한발 앞서 준비할 때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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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5   |  발행일 2021-01-05 제22면   |  수정 2021-01-05
이성배 DGIST 뇌·인지과학 전공 교수

코로나19로 너무나 정신없던 2020년 한 해가 지나고 어느덧 새해가 시작되었다.

대구에 정착한 지 10년차가 되는 올해는 필자에게 나름 의미가 큰 한 해이기는 하다. 교육자로서, 또 생명과학 분야 연구자로서 대구에서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오면서, 또 최근에 코로나라는 큰 사회적 이슈를 함께 겪으면서, 필자는 지금 이 시대에 대구라는 도시에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만 미래의 대구는 현재의 대구보다 이미지적으로나 핵심산업 측면에서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져본다.

필자는 정책 분야는 잘 모르고, 정치적 비전에 대한 전문성도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작년에 대구가 엄청난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후를 계속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 초기에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 다음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었고, 그러한 상황을 잘 극복한 도시인 대구는 코로나 극복의 세계적인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한에서처럼 강압적 봉쇄 방식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인 확산억제 노력과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합쳐져서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보았기에 더욱 그 의미를 크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이 현재진행형이기에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문제들을 수습해야 한다. 선제적 방역조치에 힘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발상 전환을 한다면 이처럼 국제적인 인지도가 생긴 코로나를 극복한 도시에 국제적인 감염병 연구센터 설립이라든지 민관합작 백신 개발 특구를 설립한다든지, 또는 현 정부가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측면에서 감염병 전문 공공치료센터를 국가 차원에서 유치하는 식으로 한발 앞선 정책이 뭔가 빠르게 추진될 수 있지 않을까.

의과대학들이 모여있는 대구는 이러한 관련 연구나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에 좋은 기반을 이미 다 갖추고 있다. 국제적 인지도까지 생긴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놓치고 있는 것은 타이밍인 것 같다는 아쉬움이 크다.

대구에 자리 잡기 전 미국에서 6년 정도 생활하면서 매사 일 처리가 너무나 느려 속이 터졌던 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자마자 미국 정부 주도로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 치료제 개발 후원과 독일 바이온텍(BioNtech)사와 미국 모더나(Moderna)사의 차세대 mRNA 기반 백신 기술 개발 및 미국 노바백스(Novavax)사의 단백질 백신 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고, 동시에 여러 회사의 항체치료제 개발 지원까지 병행되는 가운데 난제로 여겨지던 바이러스성 감염병에 대해 우리가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불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타이밍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전 세계가 빠르게 연결되면서 메르스나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빈도나 강도는 앞으로 더 빨라지고 강해질 수 있으리란 경고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미래에 대한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선제적 대비가 필요한 때다. 문제가 생긴 후 뒷수습을 하면서 계속 앞서갈 수는 없다. 대구의 미래를 새롭게 열려면 대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려 하거나 의미조차 모호한 미래산업들을 내세우는 것보다 한발 앞서 리스크에 대비한 타이밍 맞는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이성배 DGIST 뇌·인지과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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