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농촌살리기는 작은 학교 살리기에서 시작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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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5   |  발행일 2021-01-15 제20면   |  수정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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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농어촌 지역에서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도시와 달리 농어촌에서 전교생 60명 이하의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교가 속한 마을도 소멸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작은 학교가 살아야 농촌이 살고, 농촌이 살아야 지역사회가 살 수 있는 것이다. 농촌에서 작은 학교의 폐교는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을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지역사회에 학교가 있어야만 농촌이 재생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농촌에서 학교는 매우 중요하다. 학교가 사라지면 그나마 남아 있는 젊은 사람도 떠나게 되고 도시에서 유입되는 귀농귀촌도 사라지게 된다. 농촌에서 작은 학교의 폐교는 회생 불가능을 선고받는 것과 다름없다. 마치 밭을 경작하지 않고 수년간 묵혀두면 황무지로 변하듯 학교는 농촌의 희망이자 미래다.

농촌의 학교 살리기는 민간 주도 방식으로 수많은 계획을 세웠으나 긍정적 결과를 얻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작은 학교 살리기는 농촌사회를 구성하는 학교·교육청·학부모·주민이 힘을 합쳐야만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농촌의 작은 학교는 도시와 차별화된 교육 과정을 만들어야 하고, 지자체는 주거·아동복지·청년정책·일자리 등을 꾸준히 지원하는 방안도 내놔야 한다.

농촌 전입 가정에 대한 텃세 없는 공동체로 보듬어주는 손길도 필요하고, 학생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과 지역문화 중심의 학교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도시의 대규모 학교와 농촌의 작은 학교의 획일적 운영에서 벗어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작은 학교 운영 방안도 만들어야 하고, 젊은이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제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농촌을 품은 지자체는 지방소멸을 막는 방법으로 학교 중심의 효과적인 농촌 재생 정책도 세워야 한다. 학교 중심의 농촌 재생은 젊은 층 유입과 직결되는 이유에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인구 증가 없는 농촌 재생은 실패할 수밖에 없어 귀농귀촌 도시민과 원주민과의 농촌 복합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방소멸은 농촌 지자체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작은 학교 살리기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커지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되기에 충분하다. 젊은 층 유입은 농촌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서 작은 학교에 관한 관심은 매우 높아졌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인 만큼 작은 학교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키워주는 훌륭한 인성을 길러주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과거 농촌 재생 정책은 출산율 높이기와 귀농귀촌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라도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 재생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자녀 양육 대책도 세워야 한다. 작은 학교 중심의 농촌 재생은 지역민에게 필요한 마을 가꾸기 사업과 같은 정부 지원정책과 접목하면 더욱 큰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

농촌의 작은 학교가 문을 닫으면 농촌을 살리려던 사람까지 떠나 황폐해진다. 작은 학교의 효과적 운영의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만 농촌 재생도 성공할 수 있다. 농촌사회 살리기는 작은 학교 살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명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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