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그 누구의 희생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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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8 07:22  |  수정 2021-01-18 07:43  |  발행일 2021-01-18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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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철기자<경북부>

영화 '비열한 거리'는 주택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사회 문제를 보여준다. 정상적인 삶을 갈구하는 사람이 범죄의 늪에 빠져드는 상황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재개발'이라는 욕망의 고리가 숨어있다.

재개발 사업의 목적은 낡은 주거환경·생활 조건을 개선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에는 엄청난 이권이 오갈 뿐만 아니라 주택가격상승에 대한 욕망도 있다. 이 과정에 상가 권리금이나 원주민의 재 정착률과 같은 문제도 부차적으로 발생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역할이다. 재개발과 관련된 수많은 시위에서 사람들이 국가에 던지는 준엄한 질문은 '국가는 누구의 편인가?'이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 상곡리 공동주택 건립사업과 관련 고령군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애초 사업 인허가를 받은 A사가 개인소유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토지 대금을 받지 못한 지주들이 A사를 상대로 가압류가 들어가자 사업을 수행할 수 없게 된 A사는 B사로 사업 시행권을 넘겼다. 하지만 고령군이 시행사를 변경해 줌으로써 가압류로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했던 지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했다.

새로 사업권을 인수한 B사도 사업 시행권 처분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군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 C사에 사업 시행권을 양도해 C사가 PF를 일으켜 고령군의 군유지 매입대금 51억여 원을 대납했다.

법원의 사업 시행권 처분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행권을 양도한 B사도, 사업 시행권사도 아닌 C사가 매입대금을 대납하는데도 군유지 매각금지 가처분 상태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군유지를 매각한 고령군도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고령군은 D협동조합에 대해 주택법의 규제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업 시행 전부터 경찰 수사 의뢰 및 과도한 규제로 정상적인 업무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댔다.

고령군은 이 사업과 관련 가처분 결정이 이어지고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있음을 잘 살펴보아야만 한다.

공동주택 건립으로 인구 유입 및 지역발전·군 세수 확대 등 긍정적 요소가 기대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개발이익에 가려 그 누구의 희생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석현철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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