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견훤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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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8   |  발행일 2021-01-18 제27면   |  수정 2021-01-18

옛날 아차마을 예쁜 처녀의 방에 밤마다 남자가 찾아와 정을 통한 후 새벽이면 사라지기를 여러 번 하다 이 규수가 임신하자 부모가 규수에게 남자의 옷자락에 실을 꿰어 따라가 보게 하였다. 실을 따라간 굴에는 커다란 금빛 지렁이가 있었고 이후 규수는 남자아이를 낳았으니 그가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이다. 견훤의 탄생 설화 배경인 아차마을은 문경시 가은읍 갈전리고 지렁이가 살았던 굴은 금하굴로 지금도 있다. 지렁이는 승자의 관점에서 비하한 기록으로 사실은 용이었다는 설도 있다.

문경에서 태어난 견훤은 경주에서 무장으로 성장했고 서남해안으로 옮겨 활동하다 전주를 도읍으로 후백제를 세웠다. 즉 견훤은 영남에서 나고 자라 호남에서 활동하고 건국한 영·호남 통합의 아이콘인 셈이다. 견훤이 세운 후백제의 문화복원을 통해 동서화합의 토대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몇 년 전부터 관련 자치단체 학예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견훤 유적과 관련된 자치단체 중 대표적인 곳이 경북 문경과 상주, 전북 전주와 충남 논산 등이다. 상주에는 견훤산성·병풍산성·성산산성과 견훤 사당, 전주에는 견훤의 궁터로 알려진 동고산성이 있다. 또 김제에는 아들에게 유폐 당했던 금산사, 논산에는 묘소가 각각 남아있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전주시는 후백제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해 견훤 왕국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견훤, 새로운 시대를 열다'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열고 있다. 견훤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영·호남 교류라는 시대적 요구의 역사적 당위성을 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2019년 전주에서 첫 모임을 했던 견훤 관련 도시 학예사들은 지난해 학술대회를 했고 올해도 의미 있는 모임을 계획 중이다. 견훤의 재해석과 동서화합, 새로운 관광자원의 발굴이라는 여러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이들의 행보가 시대의 난제인 동서화합을 이끄는 물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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