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權 시장 3선 도전…해명보다 성과와 비전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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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8   |  발행일 2021-01-18 제27면   |  수정 2021-01-18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공언(公言)과 달리 '3선 도전' 의향을 우회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권 시장은 "개인적으로 좀 피하고 싶지만 정치인이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며 "시민들이 제가 시작한 것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라는 소명을 준다면 피할 도리는 없다"고 했다.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권 시장의 3선 도전 의지가 결코 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구시장 선거가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언론과 지역 정치권에서 대구시장 출마희망자들이 활발히 거명되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민선으로 바뀐 1995년 이후 대구시장이 내리 3선을 한 사례는 없었다. 그만큼 대구시장 3선은 쉽지 않다. 게다가 권 시장은 재선 과정에서 "3선 도전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약속을 뒤집는 것은 부담이 되고 시민에게 면목이 서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회적으로 ‘시민의 요구가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단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민여론이 관건이다. 권 시장은 재임 중 역대 어느 시장보다 굵직굵직한 성과를 보인 게 사실이다. 성공적인 방역조치로 자랑할 만한 'K방역의 전범(典範)'을 만들었다. 21대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하자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경제부시장으로 앉히는 등 대구시가 보인 협치 실험에 전국의 지자체가 주목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확정 △대구시청사 이전 부지 선정 △대구경북행정통합 등 수십 년 묵은 대구의 숙제를 풀어냈다. 모두 대구의 미래를 결정지을 프로젝트다. 그만큼 논란도 크다. 권 시장이 3선 도전의 마음을 품게 된 데에는 아마 이들 사업을 잘 마무리지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우선했을 듯하다.

약속을 번복한 데 대한 해명보다 1·2기를 잘 마무리해 성과로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것이 권 시장 3선 도전의 첫째 명분이다. 나 아니면 안 되는 '이유'와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비전'을 솔직히 제시하는 것도 대구시민들에 대한 도리다. 그런 다음 대구시민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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