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산모 건강한 여아 출산...성금쇄도해 새로 만든 통장만 492개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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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0 17:39  |  수정 2021-01-25 08:08  |  발행일 2021-01-21 제3면
'코로나 백서'에 담긴 대구시의사회의 기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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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시작한 1339원 소액보내기 운동으로 불어나게 된 대구시의사회 통장. 성금을 보낸 이들의 이름 등을 확인하기 위해 내역이 다 나오도록 통장 정리를 하면서 2월 27일부터 3월 초까지 만든 통장만 492개에 이른다. 대구시의사회 제공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는 아이를 어떻게 출산했을까. 대구시의사회가 발간한 '2020 코로나19 백서, 대구시의사회의 기록'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적지 않게 담겨 있다. 지난해 2~4월 대구지역 코로나 19 대유행 당시의 에피소드를 상·하에 걸쳐 소개한다.

 

생소한 코로나 19에 산모들이 겁을 먹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때 보건소마다 '열이 난다'는 임산부의 전화가 전화가 빗발쳤다. 의료진도 당황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를 어떻게 진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산모 특성상 일반 환자와 같은 병상을 쓰기 힘들고, 의료진 역시 산부인과 전문의와 간호사로 구성해야 했다. 어떤 병원에서 진료하고 출산할 것인지,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병원이 협조할 것인지도 불투명했다.
산모를 위해 지난해 2월 24일 '확진산모전담팀'이 구성되면서 체계가 잡혔다. 코로나 19 의심증상이 있거나 확진 받은 산모의 응급분만이 필요한 경우 대구 파티마 병원, 확진받은 임산부에게 이상이 생겼을 경우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맡았다.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지난해 2월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한 산모는 3월 6일 대구파티마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여아를 출산했다. 코로나19 확진 산모가 출산한 국내 첫 사례였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 달 30일 까지 의심환자 등을 포함해 총 9명의 산모가 무사히 출산을 마쳤다. 


분만 수술에 참여한 모든 의료진은 레벨D보호장구를 착용하면서 수술 준비부터 수술, 회복까지 4시간 이상 소요됐다. 수술 후 장비와 분만장 소득 등에 2시간이 더 걸리면서 의료진은 6~7시간 동안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있어야 했다. 통상 제왕절개 수술은 1시간 전후면 마무리된다. 


분만한 산모는 음압병실로, 아기는 신생아 집중치료센터로 옮겨져 태어나자 마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신생아가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지난해 2월 21일 서울시의사회가 대구시의사회 통장으로 성금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누군가 대구시의사회 통장번호가 노출된 사진을 메신저에 올리면서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쏟아졌다. 통장에는 의사들을 위한 응원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리의 영웅 힘내세요""고맙고 감사합니다" "힘내라 대구. 국민이 있습니다." 


또 언제부턴가 성금액이 같은 숫자로 찍히기 시작했다. 상당수 금액이 1천339원 또는 1만3천390원이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신고 및 질병 정보 제공 번호인 1339를 상징하는 금액이었다. 


통장에 찍히는 입금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통장정리를 하고 잔고 통계를 내는 일, 새 통장을 발급받는 일도 보통이 아니었다. 성금 '덕분에' 새로 만든 통장만 492개였고, 보름도 채 되지 않은 모인 성금만 2억원이 넘었다. 급기야 대구시의사회는 SNS를 통해 '1339원 보내기 운동'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고, 3월4일 0시를 기해 성금과 후원물품을 받지 않으니 적십자사 등으로 성금을 보내달라는 공지까지 했다. 대구시의사회 임연수 재무이사는 "성금과 함께 통장에 찍힌 문구를 보면서 혼자 울컥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상황은 힘들고 슬픈데 더 감사하는 일이 생기는 아이러니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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