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우리 아이들 교실은 어디인가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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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5 08:12  |  수정 2021-01-25 08:16  |  발행일 2021-01-2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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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대구 화원중 교사〉

텅 빈 교실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떠난 교실이 오늘따라 유난히 넓어 보인다. 입학식도 치르지 못한 아이들이 어느새 1학년을 마쳤다. 코로나19라는 쓰나미는 온 나라를 뒤흔들고, 전 세계에 상흔을 남기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을까? 본교는 학생 수가 적어 학년별로 시차를 두고 담임 중심으로 대면 종업식을 진행했다.

마스크를 쓴 눈들이 나를 본다. 아이들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잘 알고 있어서인지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이제는 일상이 된 사회적 거리 두기 안내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개인 수칙을 강조하고 반복했다. 감염병 예방 수칙을 잘 지킬 수 있다는 다짐에 다짐을 받고 나서야 한 명씩 돌아가며 방학 계획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서로를 보며 성장한다. 친구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인다. 방학 동안 5천개의 영어 단어를 외우겠다는 친구가 나타나자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분위기를 파악한 그 친구는 실천할 수 있는 한도를 넘었음을 직감하고 급하게 목표를 조정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 자연스러운 웃음과 질문이 뒤따른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는 곳이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교실의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 반은 교실이 여러 개이다. 대면할 수 있는 실제 교실, SNS를 이용해 자가진단을 독려하고 각종 안내 및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반톡 교실, 출석 체크와 자료 등을 공유하는 밴드 교실, 온라인 조·종례를 위한 ZOOM 교실 등 한두 개가 아니다. 반톡 교실이나 밴드 교실은 익숙했지만 ZOOM 교실은 낯설고 익숙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우리 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다수 학급의 모습일 것이다. 이는 코로나19가 가지고 온 변화이며 이러한 변화는 지속되리라 생각된다. 아직까지 감염병은 진행 중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예측은 이를 뒷받침한다. 전통적인 교실에 익숙했던 교사와 학생들은 그래도 조금씩 새로운 상황과 온라인 교실에 적응하고 있다.

문득 20년 전에 보았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친구의 공책을 잘못 가지고 온 아마드가 숙제를 해야 하는 친구에게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친구의 집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그 모습… 결국은 친구의 집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 밤새도록 친구의 숙제까지 하느라 새카매진 소매가 떠오른다. 친구에게 공책을 돌려주기 위한 아마드의 간절하고 답답한 마음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교실 속 모습 같다.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실제 교실과 온라인 교실을 왔다갔다하며 정신없이 지내왔다. 하지만 서로에게 공책을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다고 믿는다. 영화 속 공책에 꽂혀 있던 들꽃 한 송이는 희망이고, 따뜻함일 것이다. 2021년에도 실제 교실과 온라인 교실을 뛰어다녀야 하겠지만 여러 선생님과 우리 학생들에게 그곳이 어디든 공책 속에 꽂아 둔 들꽃 한 송이를 전할 수 있으리라 믿고, 함께 새 학기를 맞이할 준비를 했으면 한다.

이지영 〈대구 화원중 교사〉

이번 주부터 이지영 대구 화원중 교사가 행복한 교육 칼럼 필진으로 합류했습니다. 이 교사는 대구비주얼싱킹 연구회 운영위원과 국어과 학생평가연구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과정 중심 평가에 관심을 갖고 '과정 중심 평가를 위한 프로젝트 수업'(공저), '수업이 즐거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공저) 등의 저서를 발간했습니다. 그동안 좋은 글을 연재해 주신 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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