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윤석열과 이성윤, 누가 더 정치검찰인가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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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5   |  발행일 2021-01-25 제26면   |  수정 2021-01-25
보수·진보정권 안 가리고
권력형 비리 수사하는 尹
검찰 넘버 2 자리에 앉아
권력 수사 차단하려는 李
검찰개혁 대상은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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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8일 오후 몇몇 검사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직후였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사건은 '박영수 특검'이 수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탄핵으로 연결된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그 특검이다. 윤 총장은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다. 이 부회장 수사가 결실을 거뒀으니 당시 수사팀장으로서 특검에 파견 나왔던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생 많았다"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박영수 특검에서의 맹활약으로 문재인 정권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을 꿰찼고, 보수정권 시절을 겨냥한 이른바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한 후 검찰 수장 자리에 올랐다.

여기까지의 행적만 보면 윤 총장이 보수진영을 포함하는 범야권의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현상이 이해가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야권 대권 주자 윤석열'의 김을 빼기 위해 시치미 떼고 한 말처럼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은 윤 총장에게 검찰 지휘권을 줄 때까지만 해도 정치와는 거리가 먼 정의로운 검찰의 상징이라고 했다. 부패한 보수정권을 아무런 정무적 판단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단죄했다며 칭송했다. 윤석열이라면 정치와 검찰을 분리하려는 검찰개혁에도 반발하지 않을 걸로 판단했다. 그러다 윤석열 검찰이 울산시장선거 청와대 불법개입, 조국 일가 비리, 유재수 감찰무마사건을 본격 수사하자 갑자기 반(反)개혁적 '정치검찰'이 '정치수사'를 한다며 축출에 나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 징계 사유 중 하나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포함시켰다.

윤 총장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 시즌1은 보수정권, 시즌2는 진보정권을 겨냥했다. 이념적 잣대로는 정치성을 따질 근거가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집권세력이 초기에 칭송했듯이 법과 원칙,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잣대다. 오히려 윤 총장의 권력수사를 막으려는 집권세력이 방패막이로 내세웠다고 의심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정치성이 더 강하다. 문 대통령과 인연이 많은 이 지검장은 현 정부 들어 검찰의 빅4 자리 중 3개(대검 반부패강력부장·법무부 검찰국장·서울중앙지검장)를 연달아 차지했다. 조국 사태를 수사할 때 윤 총장을 빼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걸 시작으로 권력수사에 계속 제동을 걸어 '방탄검사'라는 오명(汚名)을 듣기도 한다. 울산 부정선거 사건 관련자 기소를 홀로 반대했고, 채널A 사건 수사팀의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처분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른다. 최근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도 간여된 정황이 포착됐다.

진보정권을 수사하며 심한 견제를 받는 중에 보수정권 수사 성과를 부하 검사들과 서로 나누는 윤석열, 검찰조직의 넘버 2 자리에 앉아 수사가 권력으로 향하는 길목을 차단하는 이성윤, 누가 더 정치검찰인가. 문재인 정권이 검찰개혁을 국정과제 1호로 내건 이유는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는 걸 막자는 취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 전엔 검찰이 권력의 편에 서서 정적(政敵)을 겨냥해 표적수사, 하명수사하는 게 정권과 검찰의 유착이었다. 지금은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정권과 가까운 다른 검찰이 차단하는 새로운 형태의 유착이 나타났다. 어느 한쪽만 개혁대상인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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