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오거돈·박원순 이어 이번엔 정의당 대표까지...진보진영 잇단 성비위 '충격'

  • 변종현
  • |
  • 입력 2021-01-25 14:27  |  수정 2021-01-26

00.jpg
최근 진보진영 유력 정치인들의 성 비위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도덕성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김종철 정의당 대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입으로만 인권과 양성평등을 외치는 건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력 정치인이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이 성(性) 비위 문제로 잇따라 낙마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이번엔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을 성추행해 대표직을 전격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진보진영 유력 인사에 의한 초대형 성 비위 사건이 최근 몇 년간 잊을 만하면 툭 튀어나오고 있어 진보진영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도덕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인권과 양성평등을 강조해 온 진보진영에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시민사회의 충격은 커지고 있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018년 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차기 유력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는 이 일로 사실상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안 전 지사는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추행한 일로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현재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진보진영 정치인의 성 비위 사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오 전 시장 사건 후 3개월 뒤 시민사회운동의 상징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 전 시장은 이 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유력 정치인의 성추행 사건은 남성의 우월적이고도 가부장적 사고에서 기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초대형 성추행 사건이 인권을 입에 달고 사는 진보진영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국민이 받는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당 내부에선 당 해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들이 패닉상태에 빠지는 등 창당 9년 만에 최대 위기상황에 몰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성폭력 근절이 '김종철 지도부'의 핵심 의제였던 만큼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는 "집행부 전부 사퇴해야 한다" "당 해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편 정의당은 25일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소속 현역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당원과 국민 여러분에게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리게 됐다"며 "지난 1월 15일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이라고 밝혔다.  

 

배 부대표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15일 오후 여의도에서 장 의원과 당무 면담을 위해 식사 자리를 가진 뒤 나오는 길에 성추행했다. 이 같은 사실은 장 의원이 사흘 뒤인 18일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 부대표에게 털어놓으면서 알려지게 됐다.
 

김 대표는 이날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입장문을 내고 공개 사죄했다. 김 대표는 "성희롱, 성폭력을 추방하겠다고 다짐하는 정당 대표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저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대표단 회의를 열고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변종현기자 byeonj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