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취미로 만든 나무 조각 공예 작품으로 개인전 개최한 전영길씨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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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6   |  발행일 2021-01-27 제12면   |  수정 2021-01-26
암극복 위해 목공예 취미활동으로 시작
대한민국팔공미술대제전 특별상도 수상
"내항상 곁에서 응원하는 가족있어 행복"
전영길씨
전영길씨가 나무 조각 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전영길씨 제공
"이런 숨겨진 재주가 있었다니 정말 놀랍다."

지난해 12월 17일부터 23일까지 대구시 달서구 루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 전영길(78·대구 동구 방촌동)씨 작품 전시회를 관람하던 지인들은 모두 감탄했다.

전씨는 콩나물 공장의 자동 살수기를 제작·설치하고 사후 관리하는 일을 30년째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선 전국에서 손꼽히는 베테랑이다. 그런 전 씨가 어느 날 조각 공예전을 한다니 지인들은 의아해했다.

전씨가 본업을 잠시 중단하고 나무 조각을 한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1월 건강검진에서 대장암과 갑상선암이란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대장암 수술부터 받았다. 연이어 갑상선암 수술도 받았으나 뜻하지 않은 창자 꼬임 수술까지 1년에 3번의 수술을 하게 되었다.

퇴원 후 집에서의 하루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때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작품을 만들자. 아침밥을 먹고 작업실로 들어가면 나무를 다듬고 손질하다 보면 점심때가 되고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전영길2
전영길씨가 지난해 12월 루 갤러리에서 열린 자신의 개인작품전에서 직접 만든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영길씨 제공>

전씨는 "조각을 하려면 집중하고 뭔가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졌으며 잡념이 없어져서 편안하다. 낮에 작품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통증도 잊을 수 있고 밤에 잠도 잘 잔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오가는 길이나 현장, 등산할 때 계곡에 나뒹굴고 있는 나무를 볼 때면 '아 저거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한눈에 어떤 작품을 만들면 좋은지 밑그림을 단번에 떠올린다. 그런 나무들을 차곡차곡 모아 두었던 것이 요긴하게 사용됐다. 작업에 사용하는 공구가 많아 다칠 수 있으므로 항상 조심한다. 나무를 씻고 껍질을 다듬고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기까지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다.

이렇게 50여 점의 크고 작은 작품이 완성되었다. 수술 후의 통증과 잡념을 극복하기 위한 취미생활이 탄생시킨 작품이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권유로 개인전을 열게 되었고 주변의 귀감이 되었다.

둘째딸 전남정(49)씨는 "아버지는 손재주가 많으셨다. 나무 조각 공예도 전문가의 도움 없이 훌륭한 작품을 만드셨다. 수술 후의 통증을 취미생활로 극복하시고 개인전까지 하신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며 환하게 웃는다.

전 씨는 "3번의 수술에도 빠른 회복으로 건강을 되찾은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라 하나하나가 의미 있고 참으로 소중하다"며 전시회를 열게 된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제8회 대한민국팔공미술대제전에 작품을 출품하여 특별상도 수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열정은 누군가가 기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찾아서 하게 된다. 항상 곁에서 응원하는 가족들의 사랑이 있기에 오늘도 행복하다는 전씨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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