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설 앞둔 대구 번개시장 뻥튀기가게 '시끌벅적', 옛 추억이 소록소록

  • 김점순 시민기자
  • |
  • 입력 2021-01-26   |  발행일 2021-02-03 제12면   |  수정 2021-01-26
뻥튀기
24일 대구 번개시장의 한 가게에 다양한 종류의 뻥튀기가 진열되어 있다.


'호로록'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펑'하고 뻥튀기 소리가 고소한 냄새를 담고 시장에 퍼진다.

지난 24일 찾은 대구 번개시장의 뻥튀기 가게는 시끌벅적했다. 설이 가까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리는 가게다. 쌀, 찹쌀, 보리쌀, 콩 등이 담긴 깡통을 사람 대신 줄 세워 놓고 차례를 기다린다. 뻥튀기 기계 3대가 쉼 없이 돌아간다. 튀겨져 나온 튀밥은 바로 물엿에 버무려져 강정이 만들어진다. 여러 종류의 곡식은 모양과 크기도 다양한 강정이 되어 차례상에 오를 준비를 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하얀 쌀 뻥튀기는 설날 차례상에 오를 과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

1960~70년대에는 설이 다가오면 동네 사람들이 제일 기다리는 사람이 뻥튀기 장수다. 튀밥을 튀겨야 차례상과 손님 다과상에 차려질 강정과 한과를 미리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뻥튀기 장수는 지게에 기계를 짊어지고 동네를 찾아다니면서 튀밥을 튀겨주었다. 동네 한복판 양지바른 돌담 밑 공터에 자리를 잡으면 동네 꼬맹이들이 제일 먼저 모인다. 마음이 들뜨고 뻥튀기만 보아도 풍성한 느낌이 든다.

바퀴 달린 작은 화로에 장작불을 피워 기계 밑에 밀어 넣고 기계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기계도 돌아가고 풍구질도 되었다.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의 아이들은 서로 기계 앞를 차지하려고 한다. 튀겨져 나오는 튀밥 한 줌을 맛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다.

일정 온도가 되면 불을 빼내고 주둥이에 철망 자루를 덧씌우면 '펑'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고 구수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이때 아이들은 힘껏 귀를 막는다. 간혹 철망을 벗어난 튀밥은 서로 먼저 주워 먹으려고 다투기도 한다. 뻥튀기 물량이 많으면 며칠을 머물 경우도 많다. 지금이야 생각지도 못할 일이지만 잠자리 걱정, 끼니 걱정은 없었다. 빈방 있는 집은 방을 내어 주는 가난하지만 넉넉한 인심이 있었다.

지금은 장작 화로를 가스 불이 대신하고 손으로 돌리던 기계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모터가 돌린다. 동네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뻥튀기를 번개시장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고유의 명절 설날 준비는 뻥튀기를 시작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어머니는 직접 튀겨서 만들어 주는 넉넉함과 준비로 미리 대비하고 우리는 만들어 놓은 강정을 필요한 만큼 제 때 구입한다. 뻥튀기는 먹거리가 흔한 요즘도 노인들 주전부리로 인기가 많다.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운 것은 언제나 추억에서만 찾아진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가 새해에는 튀겨져 나오는 튀밥처럼 활기를 찾아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