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사냥꾼에 문학계 권위 훼손…창작물 검증 시스템 마련해야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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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5   |  수정 2021-01-26
[이슈분석] ■ 소설 표절·도용 사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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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뿌리의 원작자가 타인이 내 소설을 도용해 5곳의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며 SNS를 통해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원작자 페이스북 캡처


'소설 표절·도용 논란'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타인의 소설을 도용한 응모작이 5개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창작물 도용·표절 방지 대책 마련 및 공모전 시스템 개선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이번 논란이 문학계를 넘어 사회 전반의 공정성 확충 문제 등 여러 숙제를 남겼다는 분석도 있다.

◆타인 작품 표절·도용해 수상 논란

지난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소설 '뿌리'의 원작자 김모씨가 지난 16일 SNS를 통해 자신의 소설 내용을 그대로 베낀 인물이 5개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SNS에서 "제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으며, 소설을 도용한 분이 2020년 무려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폭로했다.
소설을 도용한 A씨는 지난 18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잘못했고, 후회한다"고 말했다.

또 얼마 전엔 지난해 대구문인협회가 주관한 백일장 공모전 당선작에서도 표절 의혹이 제기(영남일보 1월25일자 21면 보도)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선작 중 한 작품이 국내 가수가 부른 노래 가사와 상당히 흡사해 논란이 일었던 것. 대구문협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지난달 수상 취소 조치가 됐다.

대구의 한 문인은 "문인들이 모여있는 공신력 있는 문인단체에서 진행한 공모전에서도 표절을 거르지 못하고, 특정 분야 '최고 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이는 작품 표절·도용을 심사 과정에서 필터링하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인 동시에 효과적인 검증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상(賞) 논란과 딜레마, 효과적인 개선 방안은

문화예술인이 지나치게 '상'을 좇는 것은 문제지만, 또 한편으론 '상'은 창작의 고통을 인정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표절·도용' 문제 외에도 문화예술계에서 '상(賞)' 관련 논란은 심심찮게 일어났다. 지난해에도 '상' 관련 논란으로 대구 문학계가 크게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소설 도용' 논란 이후 관계 기관들은 대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국민권익위는 25일 " 공공기관의 공모전에 표절, 도용, 중복 응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소설가협회는 전국의 문학 공모전 주최 측에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공지할 예정이다.

문인들은 이번 논란과 향후 문학상·공모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 B씨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공모전 사냥꾼'들로 인해 권위있는 문학상, 그리고 문학계가 쌓아온 오랜 전통까지 폄하될까 우려된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 듯' 엄청난 경쟁률을 뚫기 위해 오래 문학상 출품을 준비해온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B씨는 "국내 문학 공모전 수상작품을 한 곳에 모은 사이트 구축 등으로 창작물을 보호하고, 공모전 사냥꾼을 걸러내야 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하는데, 이것이 비단 문학에만 국한된 일인가. '장르간 표절'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한 문학상의 심사를 맡은 C씨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블라인드 방식으로 오직 작품만 가지고 심사를 했는데, 심사 과정에서 모든 표절이나 도용을 찾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표절 의심이 드는 작품은 더 꼼꼼히 살피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라며 "표절·도용 검증을 위한 주최 측의 하드웨어 확충과 함께 응모자 개개인의 양심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는 이번 논란을 어떻게 볼까.
정재형 변호사는 "남의 창작물을 함부로 표절·도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식에 반하는 일임은 물론 법적 책임도 뒤따를 수 있는 일이다. 특히 표절·도용의 경우 원작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완전 범죄'는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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