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전환 학교가 어디 있어요? .4·끝] 미래 지향적 학제 개편

  • 최미애
  • |
  • 입력 2021-01-27 08:01  |  수정 2021-06-28 11:40  |  발행일 2021-01-27 제11면
70년째 똑같은 학제, 이제는 '맞지 않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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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2학기부터 모든 초·중·고교에서 등교수업이 이뤄졌다. 작년 8월 개학 후 전 학년 정상등교 수업이 진행된 대구 월성초등 3학년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학령인구 감소와 시대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이에 맞춰 학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등교가 늦춰지자 9월 학기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행 학제가 산업사회 시대에 만들어진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현시점에 적합한 학제 개편이 불가피하다.

OECD 국가 중 한국·일본만 봄에 개학
코로나 시대 9월 신학기제 필요성 커져도
12년간 예산 총 10조 등 예산문제 걸림돌

학령인구 감소 등 사회구조 격변하는데
1950년대 도입 6-3-3-4 학제 유지 문제
만 5세 입학·5-3-4-4 개편 공감대 확산

◆코로나19로 재점화된 9월 학기제 도입

지난해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계속 미뤄지면서, 9월 학기제 도입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감염병으로 학사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등교가 미뤄진 김에 이전부터 계속 논의만 되어왔던 9월 학기제를 도입해보자는 주장이었다. 이에 가을 학기제(9월 학기제) 도입을 요청하는 내용의 청원이 여러 차례 올라와 2천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해 3월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9월 학기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전 9월 학기제 도입이 논의된 가장 큰 이유는 봄에 개학하는 국가가 OECD 국가 중에는 한국(3월), 일본(4월) 정도밖에 없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 학기제에선 2월 수업이 파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1997년 학제 개편 방안이 전반적으로 논의되면서 9월 신학기제 도입을 제안했으나, 학교 현장 혼란 우려 등으로 실제 시행되진 않았다. 2006년에는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9월 학기제를 포함한 학제 개편을 놓고 논의가 이뤄졌다.

가장 최근 논의는 2014년이다. 입학 시기를 6개월 앞당겨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빠르게 하자는 취지였으나 본격적으로 추진되지는 못했다. 연이은 도입 논의에도 진척이 없는 건 정부가 투입 비용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데다 사회적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 결과에 따르면, 9월 학기제 도입을 위해 신입생 입학을 6개월 앞당길 경우 12년간 교원 증원, 학급 증설 비용 등 총 10조4천302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등교 연기가 이어지면서 설득력을 얻었던 9월 학기제는 등교수업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원격수업 또한 초창기에 비해 개선되면서 논의가 다시 멈췄다. 막대한 예산, 학기제 전환 과정에서 특정 학년 학생이 갑자기 늘어나는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제 개편 논의 어떻게 진행됐나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2019년 열린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학제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초·중·고 교육연한 조정과 만 14~15세에 진로 탐색 학년을 두는 등의 학제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9월14일 국가교육회의가 마련한 '학습자 삶 중심 학제 개편의 요구와 의미 포럼'에서도 학제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다.

현행 6-3-3-4(초-중-고-대) 학제가 도입된 건 1950년대다. 미세한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큰 틀만 놓고 보면 현재까지 이 같은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의 발달 상태, 저출산에 따른 인력 수급 문제 등을 고려해 초등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안, 수업 연한 축소 등이 논의됐다.

가장 최근 적극적으로 학제 개편 논의가 진행된 건 노무현 정부 때다. 이때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등에서 여러 학제 개편안을 제시했다. 당시 2006년 유·초·중등 교원 1천610명, 대학교수 및 연구원 145명, 공무원 132명 등이 참여한 한국교육개발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2.7%가 현행 6-3-3-4 학제의 수업 연한 개편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가장 바람직한 수업 연한에 대한 응답은 5-3-4-4 학제가 37.4%로 가장 많았다. 학제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현재도 유효하다. 특정 지역 교사에 국한된 자료이긴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서울 마포구을) 의원이 지난해 9월 서울 소재 초·중·고 교사 3천6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65.6%(2천398명)가 '학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급별 수업 연한에 대해선 '초등학교 수업연한을 5년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답변한 교사가 57.2%(2천88명)로 '현행 6-3-3(초-중-고)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변한 교사 29.0%(1천59명)보다 2배 정도 많았다.

◆통합운영학교 대안 될까

학제 개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정책의 변화다. 교육계에선 대학 진학, 취업 등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일인 만큼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일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현실적인 방법으로 학제를 유연화하는 방안들이 우선 추진되고 있다. 초·중·고 가운데 2개 이상의 학교가 하나의 조직으로 합쳐져 운영되는 '통합운영학교'가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통합운영학교가 운영 중이다. 통합운영학교는 학생 수 감소를 먼저 겪어온 농어촌 지역에선 이미 도입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도시 지역에도 통합운영학교가 늘어나는 추세다. 시도교육청이 학교를 설립할 때 교육부 교부금을 받으려면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조건부 승인을 하면서 통합운영학교 설립 및 운영 계획 수립을 조건으로 걸고 있는 것도 통합운영학교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합운영학교는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구만 해도 올해 연경지구에 문을 여는 팔공초등·팔공중이 초·중 통합운영학교 형태를 띤다. 2022학년도에는 대구체육중·고가 중·고 통합운영학교로 바뀌게 된다. 지난해 12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 2024년 개교하는 달성군 유가읍 테크노폴리스 유치원·초등학교도 통합 운영 형태다.

다만 현재 통합학교가 운영되는 형태는 불완전한 상태다. 운영방식은 통합이 되었지만, 법적인 뒷받침은 받지 못하고 있다. 6-3-3인 현 학제에선 학생 배정 문제가 있어 실질적으로 통합운영학교의 초등학생이 졸업 후 통합운영학교의 중학교로 진학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해 도입된 통합운영학교의 기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초등은 2025년쯤, 중학교는 2028년쯤, 고등학교는 2031년쯤 학생 수가 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신설 학교 외에 기존 학교에도 통합운영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학제 개편을 전제로 하지 않는 통합 운영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학제 개편이 이뤄진다면 그 전 단계로서 통합 운영은 학생 수 감소라는 상황을 고려해 (통합운영학교 운영은) 장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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