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두 청년의 유엔 연설과 중대재해처벌법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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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02   |  발행일 2021-02-02 제27면   |  수정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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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2018년 9월24일 유엔 본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유엔 총회에 섰다. 6분20초의 연설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나만의 목소리를 내자"며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한국 청년가수의 첫 유엔 연설, 유창한 영어, 감동적인 내용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들은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라며 연설을 끝맺었다.

2017년 6월9일 제네바 제35차 유엔 인권이사회.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청년이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1분30초. 영어 발음대로 쓰여진 원고를 통째로 외웠다. 휴대폰 부품 하도급 공장에 불법 파견된 지 3주 만에 한쪽 눈을 완전히 실명했기 때문이었다. "저는 스물아홉 살 한국인 김영신입니다. 2년 전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었습니다. 파견이 불법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메탄올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국에는 저처럼 시력을 잃은 젊은 노동자들이 최소 5명이 더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삼성이나 엘지 휴대폰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저는 당신들의 휴대폰을 만들다가 시력을 잃고 뇌 손상을 입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목숨은, 우리의 목숨은 기업의 이익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1월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50인 미만의 사업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 모든 일하는 사람과 시민의 중대재해가 포함되었다. 1인 이상의 사망, 다수의 질병이나 부상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피해자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 법의 제정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리라는 의견, 재해 예방효과는 그다지 없을 것이라는 의견, 이미 존재하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충분히 처벌가능한데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법률 위반으로 인한 벌금은 430만원(자연인 421만원, 법인 벌금 448만원) 수준에 불과했고, 정식 기소율은 5%, 구속은 0.01%도 안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3시간마다 1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5분마다 다치고 있다.

2018년 12월11일 새벽,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인 김용균씨는 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 벨트에 목이 끼어 사망했다. 2016년 5월28일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간접고용 비정규직)인 김군(당시 19세)은 전동차에 치어 사망했다. 모두 "야간 2인1조 근무" 수칙을 지키지 못했다. 2인1조로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청년들의 죽음과 실명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들의 운명이고 개인 책임이고 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부수적 재해인가? 누가 죽고 누가 다치는가? 고(故) 김용균 특조위 이행점검단은 "법의 존재 자체로 재해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위엄이 실린 법"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 위엄은 중대산업재해나 중대시민재해를 야기한 주체들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책임을 명확히 지게 하는 것에서 나온다.

2020년 9월23일 BTS는 두 번째 유엔 연설을 했다. 6분10초의 영상을 통해 "삶은 계속된다" "함께 살아내자"고 했다. 삶이 계속되고 함께 살아내려면 그 무엇보다 사람이 귀하게 여김을 받아야 한다. 일터에서든 그 어디에서든. 그것은 제도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제도에는 함께 살아내려는 정신이 깃들어야 한다.
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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