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다낭난소증후군…"임신 아닌데 생리 끊기고 여드름 난다면…"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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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02 08:03  |  수정 2021-02-0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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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인 A(여·27)씨는 최근 석 달가량 생리를 하지 않았다. 생리주기가 일정하지 않았던 A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석달째 이어지고, 여고생 시절 이후 생기지 않았던 여드름까지 다시 생기면서 주변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 그 결과 다낭난소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과체중이었던 A씨는 진단 이후 체중조절에 나섰고, 살이 빠지면서 상황도 많이 나아졌다. A씨처럼 다낭난소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 중 약 10%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부인과 내분비 질환이다. 다낭난소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 무월경과 함께 몸에 남성형으로 털이 많이 나는 다모증, 얼굴과 등의 많은 여드름, 그리고 비만을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임기 여성 10%가 앓는 부인과 내분비 질환
다모증에 비만까지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않아
일반 여성보다 난소암 발병확률 2~3배 높아져


◆어떻게 진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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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부속 구미병원 전동수 교수
다낭난소증후군은 다음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 있는 경우에 진단하게 된다.

첫째는 월경 이상과 무월경 또는 희발 월경인 경우, 둘째는 고안드로겐혈증, 셋째는 골반초음파에서 다낭 난소의 소견일 때 다낭난소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병원을 많이 찾는 이들의 증상은 주로 '무월경'이다. 이 경우 먼저 임신이 아닌지 감별하게 된다. 둘째인 고안드로겐혈증은 다모증과 남성형 탈모로 나타난다. 그리고 여드름도 많이 생기게 한다. 셋째인 골반초음파는 산부인과 의사가 시행하는 검사로, 초음파 검사에서 난소의 크기가 정상 여성보다 커져 있고, 2~9㎜ 크기의 작은 난포들이 20개 이상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세 가지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의 증상 있으면 다낭난소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순천향대 부속 구미병원 전동수 교수(산부인과)는 "다낭난소증후군은 비슷한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는 질환들이 많다. 이에 쿠싱증후군, 부신 또는 난소의 종양, 고프로락틴혈증 그리고 갑상샘 질환은 아닌지 진단을 내리기 전 먼저 감별을 해야 한다"면서 "이런 경우가 아닐 경우는 다낭난소증후군으로 진단, 치료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다낭난소증후군 여성의 절반가량이 비만을 동반하고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다낭난소증후군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병인으로 생각이 된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비만이 생기게 되고, 혈중의 인슐린을 증가시켜 오랜 기간 치료하지 않으면 대사증후군이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혈중 지질단백질 이상을 증가시킨다. 혈중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저밀도지질단백(LDL)을 상승시키고, 우리 몸에 좋은 고밀도 지질단백(HDL)을 감소시키게 된다.

또 다낭난소증후군은 무배란을 오랜 기간 지속시키게 되고, 이는 혈중 에스트로겐을 상승시켜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되면 자궁내막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런 탓에 다낭난소증후군을 앓는 여성은 일반 여성보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2~3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 다낭난소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다. 월경을 잘 하지 않고, 몸에 남성 같은 털이 많고, 비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발병률이 높은것.

◆체중 감량과 복합경구피임제 동시 복용

다낭난소증후군의 치료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시작한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체중 감량이 비만을 동반한 여성에게 처음으로 권고하는 치료다. 체중을 감량하게 되면 혈중의 인슐린, 성호르몬묶음글로불린(SHBG)과 안드로겐을 감소시키게 되고 배란을 유도하게 된다. 여기에 복합경구피임제를 동시에 같이 복용하게 되면 부신과 난소의 안드로겐 생성을 감소시키게 된다.

이 두 가지 치료만으로도 다낭난소증후군의 증상은 많이 좋아진다. 다만 임신을 원하는 여성의 경우에는 경구피임제를 계속 복용하면 임신이 불가능하므로 난임클리닉에 찾아 클로미펜·레트로졸 등 배란유도제 도움을 받아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고인슐린혈증이 다낭난소증후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메트폴민 같은 인슐린 민감제를 사용하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등 여러 호르몬 치료제가 있다. 이는 메트폴민 같은 인슐린 민감제 사용 등으로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을 경우 사용해 볼 수 있다.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을 경우는 수출치료의 방법도 있다.

복강경 수술치료로 커져 있는 난소의 일부를 절제하는 난소쐐기절제술과 난소의 다낭난포를 전기로 태워버리는 전기지짐술(electrocautery)이 그것이다. 클로미펜에 저항성이 있는 환자에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치료로 안드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전동수 교수는 "미혼의 젊은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방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무월경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별 다른 이유 없이 무월경이 지속된다면 다낭난소증후군을 의심하고 빨리 산부인과를 방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미래에 난임이나 당뇨 같은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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