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행진곡' 민주화 운동 60년 만에 영남일보 게재 확인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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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08 17:57  |  수정 2021-02-09 07:22  |  발행일 2021-02-09
1961년 2월23일자 4면에 '2·28 행진곡'이라는 이름으로 악보와 3절의 가사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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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2·28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오롯이 담은 노래인 이른바 '2·28행진곡'이 의거 60여년 만에 발굴됐다.

 

'2·28 행진곡'은 그동안 전해지지 않아 멸실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영남일보 조사 결과 지난 1961년 2월23일자 영남일보 4면에 '2·28 행진곡'이라는 이름으로 악보와 3절의 가사가 게재된 것이 확인됐다. 2·28민주화 운동은 1960년 2월 28일 3·15 대선을 앞두고 대구지역 학생들이 자유당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정선거에 맞서 일으킨 민주적 저항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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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1961년 2월23일자 4면에 실린 2·28행진곡 악보와 가사.

민주화를 염원하던 학생들의 의지를 담은 노래답게 발굴된 '2·28 행진곡'의 악보 왼쪽 상단에는 '무겁게, 박력을 넣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달구의 봉화', '억압의 장벽', '진리의 파도'와 같은 행진곡 가사에선 독재정권에 반기를 들었던 학생들의 기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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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선생 손태룡 한국음악문헌학회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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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영 선생 손태룡 한국음악문헌학회 대표 제공
'2·28행진곡'은 의거 당시 대구 능인중고교 음악 교사였던 백남영(白南英·1919~2002) 선생과 같은 학교 영어 교사였던 김장수(金章洙·1926~1976) 선생이 각각 작곡·작사 했다. 중국 선양 동광중과 심양학원 음악과를 졸업한 백 선생은 지난 1999년 '능인육십년사' 편집발간 담당자에게 "자유당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학생들의 2·28과 4·19의거에 대해 기성인으로서 무척이나 고마움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학생들의 의거를 노래로 만들고자 길을 걸어 갈 때에도 곰곰이 악상을 다듬었다. 본교 김장수 선생에게 작사를 부탁해 가사가 만들어져 드디어 곡을 완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작사를 담당한 김장수 선생의 이력도 남다르다. 경북중과 청구대(영남대의 전신) 법학과를 졸업한 김 선생은 2·28 민주화 운동 당시 능인중고교 영어 교사였다. 1960년 4·19혁명 직후 교원노조 대구지부 중등위원장으로 활동하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후 수감되며 교사직을 그만두는 등 통이 크고 가식없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발표됐던 2·28 행진곡은 영남일보에 악보로 소개되며 널리 알려졌고, 대구상고 악대부가 이 곡을 연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2·28 행진곡' 발굴 단초는 손태룡 한국음악문헌학회 대표가 제공했다. 손 대표는 최근 영남일보에 '2·28 민주화 운동 노래 있었다'는 제목의 기고를 전해 '2·28 행진곡'의 존재를 알렸고, 기고가 지면에 게재되기 전 '2·28 행진곡'이 발굴됐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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