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이명…"신체의 이상 신호, 10명 중 7명 경험"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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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6 07:48  |  수정 2021-02-16 07:51  |  발행일 2021-02-16 제17면
50대이후 주로 발병…20~30대 환자도 증가세
스트레스와 관련 깊어 우울·불안장애도 동반
아연·망간·비타민B12 많은 음식 섭취 도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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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역사에서 많은 왕들은 귀울림(이명)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그중에서 인조는 말년에 귀울림으로 여러 번 침과 뜸, 탕약으로 치료한 기록이 있다. 정묘호란,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 등 조선 임금 중 누구보다 굴곡진 삶을 살았던 인조는 소현세자의 죽음 이후 이명과 가슴의 병을 얻어 한동안 고생한 기록도 나온다. 지금 현대인들은 인조와 다를 바가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해 있어서다. 신체 부위 중 귀도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부위 중 하나다. 곳곳에서 들리는 소음, 이어폰의 소리, 전화기 소리 등등 하루 종일 쉬는 시간 없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소음에 노출돼 살아간다. 이런 탓에 현대인은 이명이 잘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0명 중 7명 이상이 겪는 이명

통계적으로 이명은 인구의 약 75% 정도가 평생을 살면서 한 번 정도는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이명은 만성화돼 오랜 시간을 괴롭히는 질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질환보다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만성 이명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나이가 들면 청력의 저하와 더불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성 이명은 인지장애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즉 이명이 청력의 손상뿐 아니라 치매와 같은 뇌 질환으로 이어지는 신경 손상의 징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대로 보면 이명은 50대 이후에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의 젊은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이명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4년에 28만명에서 2018년 32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명은 자각적 이명과 타각적 이명으로 나눌 수 있다. 자각적 이명은 본인만 소리를 인지하고, 타각적 이명은 타인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병원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환자는 자각적 이명으로 난청, 중이염, 종양 등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이명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대부분 경도의 청력 저하나 특정 주파수대의 청력저하를 동반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명이 종일 유지되거나 커지는 경우는 청력저하가 진행돼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이명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동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의학으로 보는 이명의 원인은

한의학에서 이명은 풍사(風邪), 간담화(肝膽火), 신허(腎虛), 비위기허(脾胃氣虛) 등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 간담화는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고, 신허는 노화로 인한 퇴행성과 관련이 깊다.

간담화로 인한 이명은 소리가 비교적 크고, 시끄럽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증상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만큼 흥분된 교감신경을 가라앉히고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간담화를 내려주는 침, 뜸, 한약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신허로 인한 이명은 소리가 비교적 작고, 밤에 심해지고, 기운이 없거나 나이가 들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노화에 의한 퇴행성 변화인 만큼 원기를 회복하고 정기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치료해야 한다.

이런 경우 국화, 오미자, 구기자를 차처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국화는 스트레스 해소에 좋고, 오미자와 구기자는 원기를 보충하고 정기를 회복하는데 좋다.

치료보다 좋은 게 예방이다. 평소 생활에서도 주의하면 이명을 예방하거나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그 첫번째로는 소음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가급적 시끄러운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고, 어쩔 수 없이 소음이 심한 환경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에는 귀마개를 착용하는 게 좋다.

또 아연, 망간, 비타민B12 등의 결핍은 이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런 성분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충분히 먹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성분은 주로 어패류, 육류, 우유, 치즈, 견과류 등의 음식에 많이 함유돼 있는 만큼 평상시에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저염식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담배와 카페인은 혈액순환에 좋지 않은 만큼 줄이거나 끊는 것이 좋고, 음주도 이명을 커지게 하는 요인이 되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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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대 부속 대구한방병원 황보민 교수

대구한의대 부속 대구한방병원 황보민 교수(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는 "일생을 어려운 상황에서 지내온 인조 임금의 이명과 2021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이명이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이는 것은 시대와 관계없이 인체가 보여주는 가장 원초적인 자기고백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면서 "이명은 어쩌면 몸이 주는 하나의 신호일 수도 있는 만큼 이명 증상이 생기면 신속하게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신속하게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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