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대세로 인생 2모작…'스포테이너' 전성시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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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8   |  발행일 2021-02-18 제15면   |  수정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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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김연경·박세리·박지성.(사진 왼쪽부터)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 전성시대다. 최근 몇 년 새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스포츠 스타들을 향한 방송가의 러브콜이 활발하다. 화려했던 현역 시절 명성이 안방극장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강호동이 촉발한 스포테이너의 바통은 안정환·서장훈 등이 이었고, 이후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며 군웅할거 시대를 맞았다. 기존 예능인과 차별된 꾸미지 않은 순수함과 자연스러움이 강점인 이들은 레전드 스포츠 스타에서 예능인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높은 인지도에 신선함 매력적
방송가 '예능 원석'으로 주목
안정환·서장훈 흥행 견인차역
여제 3인방'도 남다른 예능감
"쇼맨십에 위기 대처능력 갖춰
순발력 요하는 예능에 적합해"


◆예능 점령한 스포츠 스타들

스포테이너들의 활동 영역은 스포츠 예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은 스포츠가 중심이 되는 각종 프로그램 외에도 토크쇼, 쿡방, 먹방, 리얼리티 등 다양한 소재 예능에 출연해 자신의 끼와 재능을 알렸다. 대표적으로 MBC '아빠! 어디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뭉쳐야 찬다'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한 안정환과 MBC '무한도전', JTBC '아는 형님', SBS '동상이몽', KBS JOY '연애의 참견'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맹활약 중인 서장훈을 꼽을 수 있다.

방송가에서 이들을 주목한 건 친근함과 신선함 때문이다. 예능 메커니즘을 모르기에 오롯이 드러나는 투박함과 어색함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승화됨을 간파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가성비 높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이를 주도할 '예능 원석' 발굴에 늘 심혈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기존 예능 스타들을 대체하려면 호감도와 인지도는 물론 대중이 쉽게 싫증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을 갖춰야 했다. 그 점에서 스포츠 스타들은 아주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들은 이미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고 자연스럽게 호감도가 쌓였다. 전문 예능인이 아니기에 그들의 실수까지 색다른 볼거리로 작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전천후라 할 수 있다.

스포츠 스타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는 건 그래서 당연해 보인다. 각자의 종목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던 스포츠 레전드들을 끌어모은 JTBC '뭉쳐야 찬다'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에겐 익숙해도 각 분야 레전드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축구를 소재로 삼았다. 체조의 여홍철, 사격의 진종오, 씨름의 이만기, 야구의 양준혁, 마라톤의 이봉주, 레슬링의 심권호, UFC 김동현 등이 여기에 도전장을 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실소를 부르는 잦은 실수와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웃음과 감동 모두를 잡았고, 고정 시청자까지 확보했다. JTBC는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엔 농구로 하나 되는 '뭉쳐야 쏜다'를 지난 7일 첫 방영했다.

지난 14일 첫 방영을 시작한 MBC '쓰리박: 두 번째 심장'(이하 '쓰리박')도 첫 회부터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안겼다. '쓰리박'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먼 타국에서 대한민국으로 희망과 용기를 전했던 영원한 레전드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이 풀어가는 특급 프로젝트다. 세 사람은 전공인 야구, 골프, 축구가 아닌 각각 골프, 요리, 사이클에 도전하는 '리부팅 프로젝트'로 인생 2막의 여정을 시작했다. '쓰리박'의 연출을 맡은 노승욱 PD는 "코로나가 퍼지며 IMF급 위기가 찾아오니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드려야 하는 책무를 부여받게 됐고 자연스럽게 '쓰리박'이 생각났다"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줬던 분들이라면 다시 한 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축구야구말구'는 시즌2를 준비 중이다. 박찬호와 이영표를 앞세워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알기까지 가이드 역할을 하는 포맷이다. 두 사람은 4개월 동안 테니스와 배드민턴 등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보여주며 생활 체육의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이밖에 6부작으로 종영한 tvN '캐시백', 안정환을 중심으로 축구선수들이 E-SPORTS에 도전하는 KBS2 '위 캔 게임'도 주목을 받았다.

◆대세로 뜨는 여성 스포츠 스타

예능에서도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대세로 부상 중이다. 각각 골프, 배구, 빙속 여제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박세리·김연경·이상화가 대표적. 1998년 US오픈에서 보여준 맨발 샷으로 전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긴 박세리는 지난해 예능인으로 급부상했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반전 매력을 선사했고, 이후 여성 스포츠인들이 메인인 E채널 '노는 언니'에서 중심축으로 활약하며 예능인으로서 발전 가능성을 입증했다. '노는 언니'는 박세리 외에도 남현희(펜싱), 곽민정(피겨), 정유인(수영) 등이 출연하고 있다. 박세리는 "전문적인 분야(골프)를 은퇴한 거지 또 다른 시작은 해보지 않았다"며 인생 2막에 대한 남다른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연경의 예능 활동도 활발하다. MBC '나 혼자 산다' '놀면 뭐하니', SBS '집사부일체', JTBC '아는 형님' 등에 출연해 연예인 못지 않은 예능감을 뽐냈던 그는 "방송 출연은 팬들과의 또 다른 소통이라고 생각해 나 역시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SBS '집사부일체' '정글의 법칙' 등에 출연해 건강미와 친숙함을 과시했던 이상화도 최근 SBS '동상이몽2' 를 통해 반가운 근황을 전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광원은 "스포츠 선수는 쇼맨십이 있고 위기 대처 능력도 있어 순발력이 필요한 예능에 적합하다.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점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각자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주인공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며 새로운 설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특히나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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