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전남 신안 태도군도 막내 섬, 중태도 감성돔 낚시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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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9   |  발행일 2021-02-19 제37면   |  수정 2021-02-19
"직벽에 붙여라"…꾼들도 모르는 감성돔 포인트 '무궁무진'
사람 몰리는 가거도 피해 뜻밖의 여정
금성철 프로 '겔떡치' 포인트서 헛심
수중여·조류 등 좋았지만 망상어뿐
기상악화 탓 '마릿수 포인트'로 이동
1시간만에 35㎝급 3마리 낚아 피날레
낚시 전문 유튜버 통해 가능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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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철 프로가 중태도 탐사 마지막 날(1월26일) 오전 보찰여에서 낚은 감성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상태·하태도 아닌 중태도라니

지난 1월21일 저녁. 금성철 프로(쯔리켄 인스트럭터·경기공방 운영자)에게 전화가 왔다.

"김 기자님, 일요일에 같이 태도 가시죠."

"태도? 시즌이 살짝 지나지 않았나요? 지금부터는 가거도 쪽으로 많이 들어가는데…."

"거긴 너무 많이들 몰려가서…."

하긴 아무리 잘 낚여도 지금 같은 코로나 상황에는 북적거리는 곳은 피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사흘 후(1월24일) 오전 7시쯤 우리는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만났다. 쯔리켄FG 회원 황경래·박영규씨가 합류했다. 여기서 나는 금 프로에게 또 한 번 뜻밖의 말을 듣게 된다.

"우리는 중태도로 갈 겁니다."

"중태도?"

뜬금없는 소리다. 상태도나 하태도가 아닌 중태도라니…. 웬만큼 갯바위 찌낚시를 해 온 꾼들은 다 안다. 태도 감성돔낚시는 상태도와 하태도로 나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즌은 매년 11월 초에서 12월 초, 늦게는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지금은 상·하태도라 해도 본 시즌이 지났다. 하물며 감성돔낚시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중태도로 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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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1월 24일) 오후에 내린 중태도 1번 자리, '사꿀래넙'. 오른쪽에 보이는 직벽으로 채비를 붙여야 한다는데, 이날은 조류가 반대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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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태도에서 받은 첫 입질은 씨알 좋은 쥐노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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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 꽉 차서 배가 빵빵한 쥐노래미를 방생하는 금성철 프로. 참고로 쥐노래미 금어기는 11~12월이다.

◆중태도 1번자리에서 완패

인근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 후 우리 네 사람은 가거도행 쾌속선 남해엔젤호에 올랐다. 오전 8시10분에 출항한 남해엔젤호가 다물도와 흑산도를 거쳐 약 3시간 후 도착한 곳은 상태도 남쪽 해상. 여기서 종선으로 옮겨탄 우리는 바로 코앞에 있는 중태도 선착장에 내렸다. 이때가 오전 11시.

"어서 오십시오. 저쪽에서 밑밥 개세요, 바로 나가게. 다른 짐은 여기 차에 실어놓으면 숙소로 옮겨놓겠습니다."

두 눈의 쌍꺼풀이 선명한, 서글서글한 눈매의 중년 남성이 우리를 반긴다. 중태도의 유일한 낚시민박집(중태도 황제낚시)을 운영하는 조대길 선장이다.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중태도에도 낚시민박집이 있다는 것을. 이 섬에는 우리보다 먼저 들어온 서너 명의 꾼들이 있었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뭔가에 쫓기듯 조대길 선장이 모는 3t짜리 수영호에 올랐다.

"마릿수 포인트로 갈까요? 씨알 포인트로 갈까요?"

조 선장이 묻는다. 황·박씨는 마릿수 포인트, 나와 금 프로는 씨알 포인트로 가기로 한다. 선착장을 빠져나간 수영호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중태도 북쪽, 즉 상태도와 중태도 사이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나간다. 여기서 조대길 선장에게 우리가 얻은 포인트 정보는 딱 하나.

"오른쪽 직벽으로 최대한 채비를 붙이면 입질이 들어올 겁니다."

흑산도 기준으로 11시6분이 만조. 지금은 초썰물이 시작되는 시각이다. 금성철 프로는 1.5호 어신찌와 1.5호 수중찌, 4m 길이의 목줄을 연결하고 중간에 좁쌀봉돌(B) 하나를 물린다.

우리보다 3~4일 먼저 들어와 있던 4명의 꾼과 합석했다. 이 자리에 유튜브 채널 '김종호기술자tv'를 운영하는 김종호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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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태도 선착장 바로 옆에서 밑밥을 갤 수 있다.

◆김종호 기술자tv의 권유

다음날(1월25일) 오전 7시. 우리를 태운 수영호가 이번에는 시계방향으로 돌아나간다. 중태도 동쪽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것. 중태도 최남단에서 김종호씨가 우리와 함께 내린다. 김씨는 이틀 전 혼자 6마리를 낚은 자리까지 금 프로를 안내한 후 자신은 배 댄 곳으로 돌아가서 오른쪽 큰 홈통 입구에 자리를 잡는다.

금 프로가 선 자리는 '겔떡치'라는 포인트. 왼쪽에 작은 홈통이 있고 발 앞 30~40m 지점에 서너 개의 크고 작은 수중여가 잠겨있다. 물때는 4물. 오전 7시30분. 중밀물이 시작되고 있다.

"포인트 느낌은 좋네요. 수중여가 잘 깔려있고, 조류 흐름과 속도도 딱 좋습니다. 오전에 몇 마리 보겠는데요."

2박3일 일정으로 들어온 중태도. 내일(1월26일)은 오전 낚시뿐이므로 사실상 오늘(1월 25일)이 마지막 날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게 흘러간다. 왼쪽 멀리 떨어진 채비가 금 프로 정면으로 흘러가면서 수중여와 수중여 사이의 물골을 지난다. 그런데 이때마다 찌가 잠겨 들어간다. 복잡한 수중여 바닥에 바늘이 걸리는 것, 목줄이 끊어지는 건 다반사고, 오전에만 두 번이나 원줄이 나간다.

이후에도 금 프로는 집요하게 바닥을 긁었고, 그때마다 목줄 채비가 끊어진다. 희망을 버리지 않던 금 프로, 그러나 지금은 포인트를 옮겨볼까 생각한다. 금 프로가 김씨에게 의견을 묻는다.

"자리를 옮겨볼까 하는데요."

그러자 김씨가 크게 손사래친다.

"안 됩니다. 거기는 지금부텁니다. 지금부터 입질 들어옵니다. 옮기시면 안 돼요."

확신에 찬 김씨의 만류에 금 프로는 옮기려던 밑밥통을 다시 제자리에 놓는다. 오늘 오전부터 지금까지 받은 입질이라고는 망상어 두 마리뿐. 설상가상으로 바람이 터진다.

이제 곧 철수 시각. 끝까지 같은 자리를 공략해 봤지만 이날 중태도 겔떡치 포인트는 더 이상의 입질을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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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철 프로의 중태도 겔떡치 포인트 조과와 어신찌 및 바늘.

◆보찰여에서 3마리로 마무리

다시 민박집 저녁 식탁.

"내일은 오후부터 날씨가 안 좋아집니다. 주의보가 내릴 것 같아요."

남쪽 가거도에서 상태도에 들렀다가 목포로 나가는 오후 쾌속선이 뜨지 않을 수 있다는 조대길 선장의 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오전에 목포에서 가거도로 들어가는 배가 상태도에 들어오면 그걸 탄 후 가거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목포로 나가야 한다. 즉 조 선장의 이 말은 내일 오전 낚시가 힘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다음날(1월26일) 새벽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거야 상관이 없는데, 바람이 심상찮다. 시간이 없다. 금성철 프로는 첫날(1월24일) 황경래씨가 낚시했던, 이른바 중태도 '마릿수 포인트'라는 보찰여에 내린다. 이때가 오전 8시30분. 가거도로 들어가는 목포발 쾌속선이 상태도 해상에서 종선(나폴리호)과 만나는 시각은 오전 11시. 사실상 낚시 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뿐이다. 그리고 금 프로는 그 1시간 동안 보찰여에서 35㎝급 감성돔 3마리를 낚으며 중태도 감성돔낚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오전 11시. 주의보에 대비해서 조대길 선장이 선착장 기중기로 수영호를 들어 뭍으로 옮긴다. 짐을 챙긴 우리는 중태도 선착장에 들어온 상태도 종선(나폴리호)에 올랐다. 종선 나폴리호는 상태도 해상에서 가거도로 들어가는 쾌속선 남해엔젤호와 만난다. 나폴리호가 남해엔젤호 선실과 연결된 선미에 뱃머리를 붙인다. 우리는 남해엔젤호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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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목포로 귀항

남해엔젤호는 여기서 남쪽으로 1시간을 달려 가거도항으로 들어갔다. 정박 시간은 1시간. 가거도항에 내린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남해엔젤호에 올랐다. 이후 남해엔젤호는 쉬지 않고 북쪽으로 달렸고, 오후 4시쯤 무사히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의 2박3일 중태도 겨울 감성돔낚시는 이렇게 끝이 났다. 짧은 일정이기에 중태도 연안 갯바위 포인트를 모두 살펴보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어디든 선구자 또는 개척자들이 있는 법. 금 프로의 후배 낚시꾼 노동규씨가 우리를 이끌었다면, 유튜브 '김종호 기술자tv' 운영자 김씨를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중태도 감성돔낚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이번 시즌 감성돔낚시는 전국적으로 하향세다. 그 상황에서 중태도를 주목하는 건 아직 꾼들의 손을 타지 않은 미개척 포인트가 무궁무진하다는 것.
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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